【 복음 묵상 】파인애플 이야기 [1회] ... 류해욱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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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좋은 글이라 지게짐 져 옮겨 봅니다. 긴 글이라 하루만에 지게짐으로 다 옮기기가 버거워 여러 차례 나누어 옮겨 보기로 하겠습니다. 약간의 인내심을 발휘해주세요. -- 안셀모

여러분들,
우리나라 교회에서 가장 먼저 선교 활동을 나간 곳이 어디이지요?
파파 뉴기니라는 섬나라이지요.

오늘 여러분들과 나누는 이 이야기는
뉴기니에서 있었던 실제 이야기를 제가 조금 각색한 것입니다.
원래는 그곳에 선교를 나갔던 어느 미국 목사님의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조금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
신부인 제 이야기로 풀어 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우리 신앙생활의‘원리와 기초’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이야기이며,
또한 성탄을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추스르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주민들과 함께 밀림 깊은 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트럭을 갖고
밀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읍내에 왔다가
파인애플 나무 100 그루 정도를 샀습니다.
여러분들, 밀림 속에 열대과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선교 활동을 벌리고 있던 그곳 밀림 속에는
파인애플 같은 과일이 없었습니다.
사과 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난 저는
과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기후 조건으로 사과는 경작이 안 되기 때문에
열대 과일인 파인애플 묘목을 산 것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파인애플 묘목을 심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곳 원주민 한 사람을 제 정원사로 고용했습니다.
그가 저 대신 그 묘목을 모두 심어주었습니다.
물론 저는 일한 품삯을 주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개 화폐 대신 물건으로 값을 지불합니다.
저는 소금과 그가 원하는 몇 가지 물건을 주었습니다.

파인애플 나무에 새순이 돋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큰 나무로 자라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3년이 지나자 나무에 열매가 맺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밀림 속에서는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얼마나 그리운지 모릅니다.

파인애플 열매가 맺는 것을 보자 저는 가벼운 흥분마저 일었습니다.
그러나 열매가 다 익으려면
크리스마스 무렵까지는 기다려야했습니다.

대림 시기에
아기 예수님이 오시는 성탄을 기다려야 하는데
저는 파인애플을 먹고 싶어서… 성탄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성탄절이 가까이 왔습니다.
저는 파인애플이 잘 익었는지 보려고 과수원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밭에 가보니?
제가 먹을 수있는 열매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원주민들이 열매가 익는 대로 모두 몰래 따갔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그들은 채익기도 전에 따갔습니다.
그들은 익기 전에 훔쳐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부 것이 된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익어가는 열매들을 모두 따갔습니다.

여러분들 같으면,
그것을 보고 화가 나겠습니까? 안 나겠습니까?
당연히 화가 나지요.
그런데 신부가 화를 내면 됩니까? 안 됩니까?
안 되지요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저는 간신히 신부는 되었지만 성질도 아주 못됐거든요.

저는 그곳 원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그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여보시오.
당신들 중에 누가 내 파인애플을 훔쳐 갔는지 말하시오.
나는 이 파인애플을 먹기 위해 3년이나 기다렸단 말이오.
그런데 익어가는 열매가 하나도 없소.
모두 따가버렸소. 도대체 누구요?”

그들은 자기들은 모르는 척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협박성의 경고를 했습니다.
저는 신부이면서 동시에 의사이기도하여 병원도 열고 있었습니다.
물론 무료 병원이지요.
저는 진료비뿐만 아니라 약도 모두 무료로 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내 파인애플을 훔쳐 간다면 나는 병원 문을 닫고
아픈 사람에게 진료를 해 주지 않고 약도 주지 않겠소.”

저는 사실 선교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돌보는 일로 지쳐 있었습니다.
계속 파인애플은 하나 둘씩 익어갔지만
익는 대로 모두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상대로
내가 결코 만만한 신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습니다.

실제로 병원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도둑질은 분명 나쁜 것이지요.
그런데…
제가 병원 문을 닫은 것은

도둑질이라는 그들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제가 파인애플을 먹고 싶은데 못 먹게 된 것이 화가 나서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습니다.

이제 그들의 병든 아기들이 죽어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별로 개의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생명이 너무 하찮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와서 병원을 열기 전까지 그들은
늘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독한 폐렴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게 되니
결국 저에게 약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의사이면서 신부인 제 양심은‘무조건 약을 주어라’하는데
단지 제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저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말했습니다.

“안 됩니다!
당신들이 내 파인애플 열매를 훔쳐 갔던 일을 생각해 보시오!”

그러자 그들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훔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훔친 것입니다.”

그들의 기침이 계속 악화되었고
저에게 와서 약을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다시 병원 문을열고
그들에게 주사도 놔 주고 약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다시 파인애플을 훔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마치 저를 약 올리는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결국 누가 파인애플을 훔쳐 가는지 알아내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바로...
제가 정원사로 고용한 사람이었습니다.

* 내일 계속됩니다... 조금 길어서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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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흥미진지한 스토리군요.

내일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