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월 22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카테고리:

1월 22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 마르코 2장 23-28절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마르 2,23-¬28)

<해질녘 강가, 과수원에서>

어린 시절, 주말만 되면 저는 ‘고기잡이 전문가’였던 형을 따라 강으로 계곡으로 따라다녔습니다. 저도 슬슬 재미를 붙여 해지는 줄 모르고 고기를 잡았습니다.

고기를 잡는 방법도 다양했지요. 낚싯대로 잘 안 잡히면, 커다란 해머로 물에 잠긴 바위를 내리칩니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바위 밑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기절을 해서 떠오르지요. 어떤 날, 저는 하루 온 종일 형과 같이 타고 간 자전거의 페달만 열심히 돌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 형은 페달을 돌릴 때 생기는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서 고기를 ‘감전’시켜서 잡았습니다. 또 형은 손으로 고기를 잡기도 했는데, 정말 귀신같았습니다.

그렇게 잡은 고기는 날걸로 먹기도 하고, 튀겨먹기도 하고, 매운탕도 끓여먹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해가 넘어가곤 했습니다.

강가에는 큰 과수원이 하나 있었는데, 늦여름 쯤 되면 사과의 크기도 크기지만, 그 빛깔이 너무 고왔습니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해만 떨어지면 그리도 유혹이 커졌습니다. 때로 유혹을 참지 못해 과수원 담을 타고 넘어갔습니다. 크고 잘 익은 것은 미안해서 손을 못 대고, 떨어진 것들 몇 개씩 주워서 나오곤 했습니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는 말, 누가 했는지 정말 정답이었습니다. 그 맛이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러다 가끔씩 주인아저씨에게 들켜서 밤늦게까지 벌도 서고, 거름도 옮기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우리 시골 전통 안에 ‘서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별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젊은이들이 혈기를 한번 부려보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은 관대한 마음으로 눈감아주는 좀 특별한 전통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닭서리’ ‘수박서리’ 인데, 아직도 그 기억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그러나 적당히 했었지요. 요즘같이 ‘차 때기로’, ‘무자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안해하면서, 닭 한두 마리, 혹은 수박 한 두통, 그 정도였습니다. 어르신들도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허허’ 하고 슬쩍 눈감아주셨지요.

요즘같이 경찰에 고소한다든지, 법정에까지 간다든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서리란 것은 적정선의 ‘장난끼’가 발동되는 것이었습니다. 심각하게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호기부리고 싶은 그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가다 보니, 제자들 가운데 누군가가 장난기가 발동되었습니다. 아니면 어린 시절 밀 이삭을 잘라먹던 추억이 떠올랐겠지요. 자연스럽게 밀 이삭 몇 가닥을 뜯었습니다. 비벼먹었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웃으면서 따라했겠지요. 장난으로 그랬지, 그것을 ‘노동’한다면서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말합니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지금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는 규정을 깨트리고 있습니다.”

기가 치지도 않았던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본래 의미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계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안식일을 정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인간의 신체구조, 신체리듬 상, 한 엿새 일하고 나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칩니다.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만 갑니다. 그런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되면 일의 능력도 떨어집니다. 그 정도 되면 일이 기쁨이요 보람이 아니라 인간을 힘들게 하는,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괴로움의 원천이 됩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입니다. 노동은 삶의 큰 보람입니다. 노동은 기쁨의 근원입니다.

그러나 안식일(혹은 주일)이라도 먹어야 합니다. 안식일이면 오히려 재미있게 지내야지요. 안식일 날 꼼짝 없이 집 안에서만 지내기보다는 산으로 들로 나가 맑은 공기를 쐬는 것은 더욱 의미가 있겠습니다.

안식일 규정에 나와 있는 것처럼 송장처럼 꼼짝없이 지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웃기는 일입니다. 당시 안식일 규정은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때로 너무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규정이어서, 너무나 이치에 맞지 않는 규정이어서 배를 쥐고 웃을 정도였습니다. 수많은 안식일의 세부 규정 때문에 안식일이 오히려 더 괴롭고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안식일에는 1,392미터 이상 걸으면 안식일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었습니다. 밀 이삭을 한 개 자르는 것 역시 큰 위반이었습니다. 꽃 한 송이 꺾는 것도 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열매에 손대는 것조차도 위반이었습니다. 나무에 올라가는 것도 위반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쫀쫀하게’ 된 바리사이들이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본래 의미를 되찾아주고 싶으셨습니다. 안식일의 핵심의미를 설명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첨부파일크기
img_080121.jpg17.77 KB
famf59eggcup_eggcandle(1).jpg4.85 KB

댓글

알기쉬운 복음묵상..

"차떼기 서리", "쫀쫀한 바리사이파"

참 재밋는 표현입니다. 복음묵상이 점점 더 재밋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라는 복음 말씀에 감동을 먹습니다.

나의 복음 묵상

어릴 적 비교적 큰 도회에서 자랐지만
보리 밭 깜부기 꺽어 먹고는 시커머진 온 얼굴이 딲으라 힘들었던 일,
밀 밭에서 밀 이삭 꺽어다 모닥불에 거슬러 먹다 주인 아저씨에게 들켜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던 일,
참외 서리,
수박 서리,
복숭아 서리,
사과 서리까지는 해 보았습니다.

긴장되고 재미있는 놀이 중에 하나 였습니다.
행여 붙잡혀도 주인들은 그냥 장난삼아 벌을 주었습니다.
참외, 수박 서리할 때에는,
"얘들아 넝쿨 발에 걸리지 않게 고랑을 넘지 마라."고 점잖게 원두막에서 말씀하셨던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배고프던 시절 배려와 여유가 있는 인간적인 나눔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일날도 파김치가 되는 힘든 하루였습니다.
특히 꾸리아 훨례회의가 있어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왜 거룩해야 할 주님의 날이 피곤하고 힘든 날이 되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봉사라는 미명하에 참석해야 하는 행사나 회합들이 주일에 몰려 있습니다.
간 김에 한번에 모던 걸 해결할려는 것이겠지요.

주님의 날 하루라도 식구들이 함께 세끼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니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뭘 그러냐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교회를 위한 주님의 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주님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셀모

앞으로 복음 묵상 리스트가 30개가 넘으면..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ㅎㅎ 농담이구요.)

대신에..

밑에 Page Navigation 메뉴가 자동으로 나올 겁니다.
이게 30번째 복음 묵상 글이 아닌가 싶네요. ^^;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있는 탭안에 있는 전체 리스트 보기도
같은 원리도 작동합니다.

향후 10년을 하셔도 잘 리스트가 될겁니다.
시간이 흘러 모든 글이 한페이지에 리스팅되는 걱정이 필요없습니다.
맘껏 포스팅을 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매일 읽어 주시는 분이 적어도 한 분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되어
매일 안 빠지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감사...*^^*
안셀모

한분이라뇨...

저희 성당웹은 전세계에서 매일 최소 150명 이상,(어떤 날은 300명)이 방문합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하루에 읽혀지는 총 페이지 수가 1000페이지에서 2000페이지 정도로 기대 이상입니다.

형제님의 복음묵상은 저희 본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를 위한 것이죠.

구글에서 (http://www.google.com) 에서
'복음묵상' 또는 '복음 묵상' 이라고 검색해보십시요.
아마 초기 화면에 떡하니 나올겁니다.

구글 bot (프로그램 로봇)에게 자주 방문해서
업데이트된 페이지를 구글로 가져가 인덱싱하라고
알아듣기 쉽게 타일러놓기는 했습니다만..

아마 구글 bot가 형제님의 노력에 감동먹어서
검색결과 초기에 올려놓으것 같습니다... ^^;

그러니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합니다.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
감사...*^^*
안셀모

그래도 형제님의 열정에...

주님께 찬미 드립니다.
파 김치가 되도록 봉사 하시는 님의 열정에....
전 그러고 보니, 내가 파김치 됨이 겁나서, 아니면 핑계 투성 이로
한가지만 충실히 하자고 다짐 했던것은 아닌가?
헌데 그생각이 좀은 이기적 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평화!

아니 어떻게 칭찬으로...

되돌아오지요...???

그래도 다음 주일에 또 그렇게...
중독되었나 봐요...

식구들 한테서 쫒겨나기 전에 잘 해야 할텐데...???

말씀 감사합니다.
안셀모

복음 묵상 인기가 좋아서..

홈페이지 탭에도 넣었습니다.
꾸준히 열심히 해주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