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파인애플 이야기 [3회] . . . [류해욱 신부님]
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락의 똥개들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점점 사납고 야성이 늘어 마치 광견처럼 변해 갔습니다.
결국 개를 팔아버리기로 했습니다.
개가 없어지자 원주민들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파인애플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슨 좋은 묘안이 없을까 궁리해 보았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었습니다.
그후 저는 휴가로 2개월 동안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 위한 30일 피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피정 중에 ‘원리와 기초’를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에서 ‘원리와 기초’가 가장 핵심인데
‘우리가 창조된 목적은 하느님께 찬미와 흠숭을 드리기 위한 것이고,
모든 것을 먼저 하느님께 봉헌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신수련을 하면서
먼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신수련은 저에게 다시 새롭게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주어라, 그러면 받으리라.
자기 목숨을 얻고자 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어떤 것을 갖고자 하면 잃을 것이다.
네가 지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려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네가 필요한 것을 주실 것이다.”
저는 예수회 신부이면서도
이런 원리와 기초를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지
삶으로는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뉴기니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했던 영신수련 피정을 돌아보며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나는 어차피 파인애플을 먹지 못할 것이 뻔하니까
아예 하느님께 드리자.
내가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은가?
파인애플 과수원을 그대로 하느님께 봉헌해 버리자.”
물론 그것이 합당한 봉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더더욱 희생은 아니었습니다.
희생이란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을
하느님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포기하는 것인데
저는 다만 어차피 내가 파인애플을 먹을 수 없으니까
하느님께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편 인간적인 생각으로
하느님께 파인애플 과수원을 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날 밤에 파인애플 과수원에 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저를 보지 않을 때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제가 기도하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이 파인애플 과수원을 보십시오.
저는 이 파인애플 때문에 무척 속이 많이 상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화도 많이 내고
소리 높여 제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제 잘못을 뉘우치고 당신의 용서를 청하며
이 파인애플 과수원을 당신께 드립니다.
받아 주십시오.
이제부터 주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제가 파인애플을 먹게 해 주셔도 좋고
마을 사람들이 먹게 해 주셔도 좋습니다.
당신께 드리오니 당신 뜻대로 처리하십시오.”
이것이 영신수련에서 원리와 기초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파인애플을 훔쳐갔습니다.
저는 속으로 중얼거렸지요.
“봐라. 하느님도 역시 별 도리가 없지 않은가?”
다만 이젠 제 것이 아니니까
마을 사람들이 파인애플을 따가도 화를 낼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한 사람이 제게 와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투완,
당신은 이제야 비로소 당신이 이야기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나 봅니다.”
저는 너무나 어이가 없고 놀랐습니다.
‘아니, 나는 단순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신부란 말이오.
유아영세를 받았고 그리스도인이 된 지 50년이 넘었단 말이오.’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가 대답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파인애플을 훔쳐가도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으니 말이오.”
저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은 내 말을 들은 것이 아니라
내 행동을,
내 삶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서로 사랑해야 하고,
서로 미워하지 말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잘못해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본받아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정작 저는 제 권리를 결코 양보하지 않고 사는 모습을
그들은 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내 표정을 살피다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투완, 당신은 왜 이제 화를 내지 않는 것이지요?”
제가 말했습니다.
“나는 그 파인애플 과수원을 주어버렸어요.
이제 내 것이 아니니 당신들이 파인애플 열매를 따가도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없지요.”
그 말을 듣고 다른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에게 이 파인애플 과수원을 주었습니까?”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투완이 너에게 주었니? 아니면... 너? 혹시... 너?
도대체 누구에게 주었단 말이냐?”
그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누구의 파인애플을 따먹고 있었단 말인가요?”
“나는 그 파인애플 과수원을 하느님께 드렸지요.”
그들은 놀라며 말했습니다.
“뭐라고요? 하느님께 드렸다고요?
아니, 그럼 하느님이 계신 곳에는 파인애플이 없단 말입니까?”
“나는 하느님이 계신 곳에 파인애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상관없이 그냥 하느님께 드린 것입니다.”
그들은 마을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들,
우리가 지금 누구의 파인애플을 훔쳐 먹고 있었는지 아는가?
글쎄, 투완이 그것을 하느님께 드렸대.”
그들은 내가 열심히 전교하려고 했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하느님에 대해 두려운 마음은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을 원주민들이 몰려와서 제게 말했습니다.
“투완, 당신은 그것을 하느님께 드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제발 지금이라도 빨리 그것을 돌려받으세요.”
“왜 그러는데요? 또!”
* 내일 또 계속됩니다...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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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선교란..
정말 쉽지 않군요.
어떻게 이야기가 마무리될지 흥미진진합니다.
요새 날씨가 심상치않습니다.
저도 감기몸살로 곤욕을 또 치르고 있습니다.
몸살이 걸리면 매사가 다 귀찮은데..
파인애플 스토리는 그걸 다 잊게 만들어주네요..^^;
내일이면...
마지막 회가 올라 갑니다.
기대하시라~~~개봉박두...
이러다...이게 아닌가벼~~하면 어쩌지...???
내일 뵙지요...
안셀모
기대치에 못미치면..
벌로 커피한잔 사면 되죠..ㅎㅎ
커피 한잔 때문에...
마지막 회를 안 올리는...ㅎㅎ *^^*
안셀모
아이.. 설마..
쪼잔하게.. 그러실겁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