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파인애플 이야기 [마지막 회] . . . [류해욱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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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완, 당신은 그것을 하느님께 드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제발 지금이라도 빨리 그것을 돌려받으세요.”

“왜 그러는데요???”

“우리는 모르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돼지 사냥을 나가도 허탕을 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병드는 것도,
여자들이 아기를 못 낳는 것도,
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몰랐어요.
그것이 이제 하느님의 것이라면 더 이상 훔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 파인애플 열매가 익어갔습니다.
원주민들이 제게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투완, 당신의 파인애플이 다 익었습니다.
왜 따서 드시지 않습니까?”
“내가 말했잖아요. 이제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지만 그냥 두면 다 썩을 텐데 따서 드시지요.”
저는 파인애플을 따서 저도 먹고, 그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들은 저를 지켜보았고
제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저의 말과 행동,
삶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전교가 될 리가 없었지요.
제가 제 잘못을 깨닫고 변화되었을 때,
그들도 변화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많은 원주민들이 다시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렇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고 외쳐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이제 제가 하느님께 봉헌해 드렸을 때,
그분이 실제로 일을 하셨습니다.

사실 합당한 봉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는 이제 다른 것도 하느님께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원주민들과 더 이상 불편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단순히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그들을 돕고자 했습니다.
원주민들은 여러 가지 물건을 고쳐 달라고 제게 가져 왔습니다.
저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저의 시간은 당신의 것입니다.
주님께서 제게 책상이나 농기구 등을 고치기 위해
이곳에 머물라고 하시면 기꺼이 순명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저를 다른 곳으로 보내셔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이제 전교와 병원 일 뿐만 아니라
연장을 고치는 등의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점점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원주민들이 성당을 나오고 주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투완이 이제야 그리스도인이 되었나봐.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만 하더니...
이제 그는 정말 우리를 사랑하고 있어.”

어느 날 저는 부서진 탁자를 고치고 있었습니다.
한 원주민이 이것을 보고 다가와서
저를 도와 함께 빨리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탁자를 다 고쳤을 때, 수고비로 소금을 주려고 했더니
그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투완! 당신이 지난번에 제 삽을 고쳐 주었잖아요.
저도 다만 조금 도와드린 것인데요.”

저는 처음으로 그들이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저를 위해서 일해 준 것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후 어느 날,
저는 성경을 읽던 중에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너희가 그 땅에 들어가 각종 과일 나무를 심을 경우에
그 열매를
사람으로 치면 갓난아기의 포경처럼 여겨야 한다.
삼 년 동안을 할례 받지 아니한 갓난아기의 포경처럼 여겨
따 먹지 말라.
넷째 해에 열린 과일은 모두 거룩한 것이므로
야훼에게 축제물로 바쳐야 한다.
다섯째 해부터 과일은 따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너희가 과일을 더 많이 거두게 되리라.
나 야훼가 너희 하느님이다. (레위; 19, 23-25)

저는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첫 해에 열매를 먹기를 원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시험을 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먼저 당신께 바치기를 원하셨습니다.
나중에 더 많이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원주민들이 저의 선한 행동을 보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모르고
제 소유권만 주장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따르려고 했더라면
제가 당해야만 했던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늦게라도
깨닫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여러분, 파인애플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습니까?
성탄을 앞두고 그분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묵상하고
삶에 적용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몇 가지 과제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여러분들의 삶을 돌아보며
평소에 여러분을 화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 경우에 가장 화가 납니까?

첫째, 이 선교사 신부는
자기 소유의 파인애플을 원주민들이 훔쳐 먹었기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자기 것을 빼앗겼다는 억울함이 화의 원인이었지요.

아마 여러분들은 때로 가까운 사람들,
예컨대,
가족들에게 여러분의 능력이나 의견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때로는 바라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직장에서 윗사람에게 무시당하기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이웃 사람이 여러분 소유의 닭을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밀기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재미 화투를 쳤는데 돈을 잃어서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사목위원을 하고 싶은데
본당 신부님이 시켜주지 않아서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둘째, 화가 나고 있는 여러분 자신을 인정하십시오.
여러분의 능력이나 의견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 부당한 것입니다.
그 부당함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은 감정을 지녔으니까 부정적인 감정인 화가 나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화를 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지요.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무시를 당하면 화가 나게 되어 있어요.
우리는 모두 성인군자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지요.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데
그 오리발로 만족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처하거나 당한 상황은 분명히 부당하고 화가 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감정만 아니라 이성을 지닌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 화에 머물면 여러분만 손해이니까
그 화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 화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화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셋째, 여러분의 화를 하느님께 말씀드리고
그 화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청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권리라고 생각한 것을 하느님께 봉헌해 드리십시오.
모든 것을 그분께 맡겨 드리며 그분이 처리해 주실 것입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것이오니 당신 뜻대로 처리하소서.
제게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만 주소서.
그것으로 제게 족하나이다.”
이 기도가 여러분들의 기도가 되도록 청하십시오.

여러분들이 하느님께 맡겨 드리면
그분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여러분들을 이끄시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주신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선으로 이끄십니다.
여러분들이 더 이상 여러분들의 계획이나 의견이나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삶에서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은 본래 주님의 것임을 깨달으시라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화까지도 그분께 맡겨 드리십시오.
화가 나는 것은 그것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아직 주님께 봉헌해 드리지 못하는
어떤 권리나 주장이 있다는 표시일 수 있습니다.
대개는 주님이 우리를 시험하시는 표징일 수 있습니다.

시험은 대비를 하면 잘 치룰 수 있습니다.
시험이 시험인지 모를 때,
우리는 그 시험에 걸려 넘어지고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맡겨 드릴 때,
우리는 진정 온유한 사람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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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묵상

“투완이 이제야 그리스도인이 되었나봐.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만 하더니...
이제 그는 정말 우리를 사랑하고 있어.”

제 눈에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보이듯이,
다른 사람도 제 말과 행동이 함께 하고 있지 않음을 보고 있습니다.
시선을 나에게로...

“모든 것이 당신 것이오니 당신 뜻대로 처리하소서.
제게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만 주소서.
그것으로 제게 족하나이다.”

화를 삭히느라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모든 것 주님께 맡기면 되는 것을...

제게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만...

안셀모

참 훌륭한 결말이군요..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말을 수도없이 들어왔지만,,
이런 구체적인 실례를 들으면서 묵상을 하니, 실감이 납니다.

함께 이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마무리가 맘에 들어서 커피는 없던걸루 합니다. ^^;

기다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혹시 "아닌가벼~~~???"해야 할까봐 걱정이 쬐끔은 됐었는데...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는 좋은 저녁 시간...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