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1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 (마르 4,26-34)
옛적 수련장을 처음 맡았을 때
수련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겠노라는 야심(?)에
많은 책을 들고 강의실에 들어선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형제들을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키우는 일을 맡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이 생각은 너무도 잘못되었음을 깨달아가게 되었다.
형제들은 저절로 크는 것이지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형제들은 서로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키우는 것이지
수련장이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점차로
<교육무용론>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아무리 훌륭한 교육자라 하더라도
교육자가 피교육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 -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교육학적 진리(?)를
체험적으로 깨달은 결과였다.
그때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한 책임감에서 형제들을 양성시키기보다는
실질적인 양성가는 성령이심을
정말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식 키우기가 참으로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애들은 누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실 스스로 크는 것이다.
스스로 자라고 나이먹고 배워나간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무언가를 키운다고 생각하기에
그 결과에 연연해 하는 것은 아닐까?
수련자가 훌륭하면 마치 '내가 교육을 잘 시켰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하면 '내 탓이오' 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에 따라 웃고, 울고 한다는 이야기다.
자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느님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교회를 위해, 세상을 위해,
하느님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이루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하느님 나라는 저절로 자라난다.
아니, 하느님께서 친히 이루시는 것이지
우리가 이루는 것이 아님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키울 수 있고
내가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할 수 있고
하느님 나라가 무엇과 같은지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어주시는 선이나 결실이 있다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자.
혹 우리를 통해 좋은 결실이 없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아직 하느님의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아니, 어쩜 아직 싹이 트고있고
거름을 주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그 어떤 결실에 대해서도 집착과 판단을 버릴 때
우리는 참으로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진정으로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기뻐 용약하게 되리라.
+ 프란치스코 형제회 오상선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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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부끄럽습니다.
어떤 때에 아이들을 참 착하게 잘 키웠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이민 초기에 너무 바빠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거이 없이 방치했거든요.
자기들끼리 커가고 주님의 보살핌만이 있었지요.
그런데 어찌 잘 키웠다는 말을 제가 듣겠습니까?
오늘 복음말씀이 고개를 숙이게 하는군요.
얼마나 많은 일에 자신이 한 줄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복음 묵상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우리가 못 느낄 따름이지 뿌려진 씨앗이 그냥 자란다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겨자씨 하나가 떨어져
썩고,
뿌리를 내리고,
뿌리를 통하여 힘껏 물과 양분을 빨아 올리는
그런 아픔과 수고가 없으면,
더욱이 적당한 물과 자양분을 가진 흙, 태양 빛 그리고 알맞은 온도의 공기...
이 모든 것이 그 씨앗을 잘 감싸지 않으면
새가 깃들일 만큼 그렇게 크게 자라지 못 합니다.
하느님의 보살핌과
나 자신의 고통과 수고가 없으면,
뿌려진 말씀을 알아 듣고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 나의 삶의 자리와 접지하기 ***
오래 전부터 누군가가
"자식들을 잘 키우셨습니다." 이렇게 인사치레를 하면
농담처럼 "저는 키운 게 없습니다. 자기들이 큰 거지요."라고 응답하곤 한다.
실제 내 마음은 농담이 아니고 진심이다.
잘 커 주는 자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정말 은총이다.
그나마 나름데로 노력했던 것 하나...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게 보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지금도...
아쉬운 것 하나...
자식들에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애들이 앞으로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살아갈
그들의 멘토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야 하는데...
주님, 힘좀 써 주세요...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