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12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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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 마태오 6,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마태 6,7-¬15)

<징징거리지 않아도>

‘초보신부’ 때의 일입니다. 갑자기 말로만 듣던 ‘성지순례’를 가게 되었습니다. 동행하기로 하셨던 신부님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제가 대신 가게 되었지요. 철없던 시절이라서 그랬던지 엄청 신났습니다.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천국 같은 곳을 수도 없이 다녔습니다. ‘죽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할 텐데’ 생각했던 성지도 들렀습니다. 천사와도 같은 순례자들과 함께 꿈결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긴 여정이었기에 출발하기 전에 나름대로 계획도 세웠습니다. 어디 도착하면,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누구에게 전화해서 만나야지, 어디 가면 달팽이 요리가 맛있다던데 꼭 맛봐야지, 어디 가면 포도주 맛이 기가 막히다 던데, 원 없이 마셔야지, 기념품 사려면 기본적인 대화는 익혀둬야지 하면서 ‘해외여행 필수 영어회화’도 한권 샀습니다. 백과사전을 펼쳐놓고 경유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수집했습니다.

그런 나름대로의 준비가 있어서 그랬던지, 성지순례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날마다 흥미진진했습니다. 낯선 세계와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상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결여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도였습니다.

성지순례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회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분의 향기를 맡기 위해서입니다. 그분의 자취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기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성지순례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기도는 뒷전이고, 어떻게 즐길까,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돌아다닐까만 생각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엄청 창피했습니다.

우리 인생도 어찌 보면 일종의 성지순례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품으로 나아가는 여행입니다. 천국을 향해가는 여행길인 우리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들 모두 소중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계획인 ‘기도의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소홀하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하느님의 얼굴을 뵙기 위한 계획, 그분의 음성을 듣기 위한 계획, 그분의 풍요로운 자비의 품안에 오래 머물기 위한 계획, 결국 그분을 만나 뵙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백성들을 위해 ‘이것이 바로 기도’라며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하십니다.

고대 근동 이방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장황한 기도(말잔치를 벌이는 식의), 잡다한 신들을 잔뜩 불러 모아놓고 그들을 성가시게 하는 동시에 집요하게 졸라대던 유치한 기도를 멀리 하라고 경고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징징거리지’ 않아도, 악을 쓰지 않아도, 눈에 살기를 띠고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들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우리를 챙겨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손녀 바라보듯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우리의 눈빛만 보아도 우리가 어떤 심리상태인지 파악하십니다. 우리의 안색만 보아도 우리가 안고 있는 걱정거리,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즉시 아십니다.

청하지 않아도 소리 없이 다가와 일일이 챙겨주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사악하다 하더라고 끝까지 우리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조용히 기다리십니다. 끝까지 지지해주십니다.

이런 하느님 앞에 필요한 기도는 그분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지속적으로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입니다. 그분의 놀라우신 업적을 찬미하는 기도입니다. 죄인인 우리에게 베푸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는 기도입니다. 나도 사랑으로 그분께 응답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랑의기도입니다. 결국 이 모든 요소들이 포함된 주님의 기도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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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다른 말이 필요 없다 하십니다.
남들이 날 몰라 줄까봐
하루에도 얼마나 필요 없는 빈말을 많이 하면서 사는지...

청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모든 것을 다 해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제 빈 깡통 소리 그만 내어야 겠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너무 많은 말을 하면서 사는 것 같다.
말하고 싶은 많은 것들
하루에 수십번을 하는 여러가지의 기도들의
지향에다 담아서 주님께 드려야겠다.
주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아멘.

안셀모

공감합니다.

말이 많아서 좋을 것 하나없는데...
그러나 다른 이의 허물을 용서하면
내 허물을 용서해 주실 것이라는 말씀을
붙잡고 오늘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