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29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2월 29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마르코 12,28ㄱㄷ-34
그때에 율법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그러자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그분은 한 분뿐이시고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시니, 과연 옳은 말씀이십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그 뒤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분께 묻지 못하였다. (마르 12,28ㄱㄷ-34)
오늘 점심 시간의 일입니다. 바로 제 옆자리에 앉은 한 아이에게 농담 삼아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야, 관상 좀 봐 줄테니 얼굴 좀 들어봐."
"신부님이 관상도 보세요?"
"그럼, 내가 이 방면에만 벌써 30년짼데...보자, 네 얼굴을 보아하니 역마살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뭔데요?"
"한곳에 오래 붙어있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니는 습성이지."
"어, 정말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족집게라고 했잖아! 그리고 보자, 너 친구들 좋아하지? 의리 빼면 시체지?"
(깜짝 놀라 눈이 더욱 동그래진 아이)
"정말 신부님 쪽집게시네요."
"너 올해는 물을 조심하고 매년 네가 갔던 동쪽을 조심하거라."
"야, 정말 귀신이시네요. 저희 외갓집이 속초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을 잘 들어. 너 역마살만 없애면 크게 될 인물이야. 그러니 여기서 잘 붙어있거라."
저는 농담 삼아 보편적으로 늘 써먹던 레퍼토리를 이야기했었는데, 아이에게는 신통하게 보였던가 봅니다. 사실 여기 오는 대부분의 아이들 역마살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이지요. 또 사고치는 아이들일수록 친구 좋아하는 것은 당근이고 의리로 먹고사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지요.
제 경험에 따른 아주 보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아이는 깜짝 놀라 저를 마치 신통력이 대단한 "처녀보살" 보듯 했습니다.
사주팔자나 궁합, 신수, 관상, 복점 자주 보러 다니시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쪽 방면으로 사업자 등록하시고 영업하시는 분들 나름대로의 신통력을 가지고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하면서, 사람들에게 위안이나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지닌 미래에 대한 예측력은 사실 극히 통상적이고 평범한 것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인간이나 우주, 세상의 이치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누구라도 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일신이신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도사님들의 점괘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모든 인생과 삼라만상을 총괄하시는 절대자이신 하느님만을 섬기겠다고 서약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의 미래는 오로지 유일신이신 하느님께 맡겨져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복채을 얼마 냈는가? 부적을 얼마나 비싼 것을 샀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는 대체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좌우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아직도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은총에 감사하며 내일은 그분의 섭리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생의 중요한 기로 앞에서도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이 이승의 삶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천국에서 하느님과 함께 누릴 영원한 생명이란 꿈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마음을 지닌 그리스도인, 영원한 행복이란 비전을 지닌 그리스도인은 이 잠시의 고통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자주 도사님들을 찾지 않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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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오직 한분이신 주님~~~
천년도 하루 같으신 아버지...
머리털 하나까지 새고 계시는데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어떻게 하나?
걱정이 줄을 이어 세상을 원망하는 어리석음을 굽어 살피시고
갈대 같이 이리 저리로 휘는 지조 없는 마음 잡아 주시고
고통 속에서나 기쁨 속에서나 늘 변하지 않는 겸손한 마음 같게 하시고
뒤도 앞도 바라보지 않고 오늘을 두손 벌려 사랑하며 묵묵히 살게하옵소서.
아멘
나의 복음 묵상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웃을 저 자신처럼 사랑하기 위해서는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맨 먼저, 하느님이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사랑해야겠지요.
그러고 나서, 제가 원하는 만큼 이웃에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쉽지 않은 삶의 여정입니다. 주님께 모든 것 맡기고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주님께로 나아 가야겠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저녁 십자가의 길 묵상을 통하여, 이웃 속에서 주님을 알아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주시길 청합니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