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28일 사순 제3주간 목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말을 못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군중이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내가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말한다.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루카 11,14-¬23)
세례를 준비하고 있는 한 친구가 슬며시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사회에서 살 때 저질렀던 건수가 엄청 많은데...세례 받으면 다 용서해주시나요?
"어떤 사고를 쳤는데?"라는 제 물음에 아이는 그간 저질렀던 건수에 대해서 줄줄이 늘어놓았습니다. 미안해하면서도 아이는 자신이 친 사고들이 절대로 일부러 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생계유지형", "목숨부지형" 건수들이었음을 밝혔습니다.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전혀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은데,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서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참으로 기특해 보였습니다.
새 출발을 준비하는 아이에게 참으로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 아이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하는 짓이 너무도 제 마음에 들었던 아이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이렇게 나한테 솔직히 고백한 이상 이미 네 죄를 하느님께서 다 용서해주셨을 것으로 확신한단다. 이제 더 이상의 방황은 없는거다."
환해진 아이의 표정에 제 마음이 너무나 흐뭇해졌습니다. 뉘우침과 화해, 용서와 사랑이 있는 한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과연 어떤 곳이겠는가? 자주 생각해봅니다. 하느님 나라는 뭔가 대단하고 특별한 그런 곳이 결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우리 사는 모습의 연장선상에 천국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영혼이 지난 삶의 아픔을 접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그 출발선상이 바로 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시(常時)로 용서가 이루어지는 곳, 언제나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공동체야말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비록 고통스러워도 하느님이 계시기에 부단히 희망하고 기쁘게 견뎌내는 한 소박한 영혼이 머무는 장소가 바로 천국이리라 믿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그릇된 하느님 상을 떨쳐버리고 진정한 하느님, 참 하느님을 우리의 하느님으로 모시는 곳이야말로 천국입니다.
삼라만상을 지배하시는 우주의 하느님이시자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 앞에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조심조심 경건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무엇보다도 끝없는 사랑으로 매일 우리를 살리시고 자비로 감싸주시는 연민의 하느님 앞에 감사를 드리며 그 극진한 하느님 사랑을 이웃에게 보여주는 그 삶의 현장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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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아주 오래된 고질적인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일이던 사람이던 처음 대할 때 가장 부정적인 부분을 먼저 봅니다.
내재된 위험성을 먼저 볼 수 있기에 회사일을 하면서 많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만...
당하는 상대방은 매우 당혹스러워 합니다.
일상에서, 어느 누구가 무슨 일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뭐 이래저래서 그렇게 돠었겠지 뭐...
하는 심드렁한 생각이 먼저 스친 후, 축하의 마음이 열립니다.
제 마음 밑바닥을 들여다 보면...
'시기심'이라는 갈라진 마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갈라진 마음,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야겠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하루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는 중에 하느님의 사랑을 느껴보아야겠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