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3월 4일 사순 제4주간 화요일
유다인들의 축제 때가 되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의 ‘양 문’ 곁에는 히브리 말로 벳자타라고 불리는 못이 있었다. 그 못에는 주랑이 다섯 채 딸렸는데, 그 안에는 눈먼 이, 다리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같은 병자들이 많이 누워 있었다. 거기에는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가 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 또 이미 오래 그렇게 지낸다는 것을 아시고는,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그에게 물으셨다. 그 병자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갔다.
그날은 안식일이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이 병이 나은 그 사람에게, “오늘은 안식일이오. 들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합당하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그가 “나를 건강하게 해주신 그분께서 나에게,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 하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들이 물었다. “당신에게 ‘그것을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요?” 그러나 병이 나은 이는 그분이 누구이신지 알지 못하였다. 그곳에 군중이 몰려 있어 예수님께서 몰래 자리를 뜨셨기 때문이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성전에서 만나시자 그에게 이르셨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그 사람은 물러가서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신 분은 예수님이시라고 유다인들에게 알렸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그러한 일을 하셨다고 하여,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 (요한 5,1-¬3ㄱ.5-¬16)
오늘도 오랜 투병생활로 힘겨워하시는 환우들 많으실 텐데, 정말 고생들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그 오랜 고통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꿋꿋이 맞서시니 정녕 존경스럽습니다. 고통이 깊은 만큼 하느님의 축복과 위로도 풍성할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저도 젊은 시절, 한 3년 정도 심하게 아파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일주일만 지나면 낫겠지, 했었는데, 제 마음 같지 않더군요. 한 달, 두 달, 육 개월, 일 년이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병이 장기화되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2년이 지나면서는 이러다 내가 죽는 것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나다가, 3년이 가까워지니까 정신적으로도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울 증세까지 겹쳐 그야말로 삶을 포기할 정도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환우에 비교하니 저는 ‘쨉’도 안 되는군요. 그는 서른여덟 해 동안이나 앓고 있었습니다. 십년, 이십년도 아니고 38년입니다. 정말 끔찍한 세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평균수명이라 해야 겨우 50세 남짓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우는 38년 동안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는 청소년시절에 병을 얻어 평생 동안 아팠습니다. 그는 평생토록 해온 일이 ‘투병’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다려온 이 환우, 정말 대단합니다. 칠흑 같은 캄캄한 오랜 밤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희망해온 이 환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평생에 걸친 그의 기도는 아마 이런 것이었겠지요.
“자비하신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언젠가 반드시 때가 오리라. 그 때 나는 힘차게 일어서리라.”
환우가 견뎌온 그 오랜 인고의 세월이 결국 오늘 결실을 맺습니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의 자비가 환우의 비참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질병이든 영혼의 질병이든, 우리 인간의 병은 여간해서 잘 낫지 않습니다. 천천히 주님께서 개입하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이웃들과 더불어 주고받은 상처, 우리가 부모로부터 겪은 애정결핍,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끼고 사는 극도의 미성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순식간에 치유되지 않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면,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아주 천천히 은총의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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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건강해지고 싶으냐?”
공동번역 성경에는 "낫기를 원하느냐?"로 번역되어 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이 번역이 훨씬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젊었던 시절 저에게도 고질적인 지병을 앓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20대 초반, 삶의 목표 상실로 인한 무기력이란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을 만들었던가 봅니다.
치료해도 치료해도 재발하는 십이장궤양이란 고질병이었습니다.
아픈 사람치고 낫기를 간절히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40대에 접어 들 무렵...
문득 정신이 번득들어 몇 가지의 이어지는 변화에 도전했습니다.
일의 중독에서 벋어나 일찍 퇴근하기,
매일 새벽 동네 뒷산 오르기,
담배 끊기.
술 먹어야하는 기회 줄이기,
수영,
마라톤,
자전거 타기,
결국에는 삼종경기까지...
고질병이 완전히 나았습니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평화와 다름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원하는 것을 위해 무었을 해야 할 지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니다.
제 몸을 움직이라고 말입니다.
"그 사람은 물러가서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신 분은 예수님이시라고 유다인들에게 알렸다."
자기의 어려운 처지에서 벋어나기 위하여
미련 없이 자기의 고질병을 낫게 해준 예수님에게 책임을 넘겨버립니다.
예수님이 궁지에 몰릴 것을 뻔히 알면서 말입니다.
...저도 이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한동안 제가 잘해서 병이 나은 것으로 알았습니다. 주님의 이끄심이 함께 했음을 알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것 주님께 되돌리는 하루하루되게하소서.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