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3월 13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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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요한 8,51-59

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마귀 들렸다는 것을 알았소.

아브라함도 죽고 예언자들도 그러하였는데, 당신은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하고 있소. 우리 조상 아브라함도 죽었는데 당신이 그분보다 훌륭하다는 말이오? 예언자들도 죽었소. 그런데 당신은 누구로 자처하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나 자신을 영광스럽게 한다면 나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영광스럽게 하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너희가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하고 말하는 바로 그분이시다.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 나도 너희와 같은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리라고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돌을 들어 예수님께 던지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몸을 숨겨 성전 밖으로 나가셨다. (요한 8,51-59)

<조롱과 모욕의 돌팔매 사이를 뚫고>

“이제 우리는 당신이 마귀 들렸다는 것을 알았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인간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받는 수난의 메시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복음을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느끼셨을 엄청난 통증과 처절한 고독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으십니까?

“당신, 행동하는 것 보니, 뭔가 이상해. 내 생각에 몹쓸 악령이 들린 것 같아. 당신 눈을 한번 들여다 봐. 정말 이상하잖아. 틀림없이 더러운 귀신이 옮아붙었나봐.”

이런 말 들었다면 정말 펄쩍 뛰겠지요. 세상 살맛 안 나겠지요. 마귀 들렸다는 말, 아무에게나 하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심각한 말이고, 충격적인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유다인들은 공공연하게 예수님께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이 마귀 들렸다는 것을 알았소.”

공개석상에서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들이 둘러서서 나를 향해 손가락질 하고 비아냥거리는 그 한 가운데 홀로 서 계신 체험을 해보셨습니까?

유다인들은 불경스럽게도 예수님을 둘러싸고 놀려댑니다.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이 말은 ‘아직 나이도 어린 것이, 새파란 것이, 세상물정도 모르는 것이 그렇게 설쳐 대냐?’고 따지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사람들로부터 돌을 맞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어린 시절 장난으로 맞아본 돌이 아니라 정말 살기(殺氣)를 지니고 던지는 돌말입니다.

예수님을 둘러서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이미 손에 손에 커다란 돌을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들은 예수님을 돌로 처형하려고 마음먹고 거기 서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다가오는 목숨의 위협, 거듭 조여 오는 유다인들의 올가미 앞에 홀로 온몸으로 맞서시는 서른세 살의 고독한 청년 예수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안쓰럽기만 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수난의 전조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천천히 예정된 죽음을 향해 나아가십니다.

하느님이셨지만, 철저하게도 인간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어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예견된 죽음이 이 세상 그 누구도 체험해보지 못한 가장 비극적이고 끔찍한 죽음이 되겠기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원하시니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던지는 조롱과 모욕의 돌팔매 그 사이를 뚫고 묵묵히 걸어가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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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예수님께서는 몸을 숨겨 성전 밖으로 나가셨다."

세상을 살다보면 더러워서 피해야 할 때가 허다합니다.

맛짱을 뜨면 못 이기실 이유가 없는 예수님이시지만 폭력은 피하십니다.
그러시면서도 할 말은 다하십니다.

진실이라고 믿을 때,
할 말을 다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꼭 해야합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충돌은 피해야 합니다.
물고 물리는 복수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오늘 복음에서의 유대인들 처럼 자기를 지키기에 급급하다 보면
눈커풀에 막이 씌여 진리를 못 알아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비폭력으로 일관하셨던 예수님,
저도 그렇게 살라고 가르치십니다.

쉽지 않지만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하루 어떤 화나는 일이 있을지라도 한번 꾹꾹 참아보자.
누가 날 비난하더라도 그냥 한번 허허 웃음으로 대응해 보자.
그 다음은 주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