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 월 16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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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마태오 26,14─27,66<또는 27,11-54>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자가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물었다.
“내가 예수님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수석 사제들은 은돈 서른 닢을 내주었다.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무교절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차리면 좋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아무개를 찾아가, ‘선생님께서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 하십니다.’ 하여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묻기 시작하였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가 물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제자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이제부터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제자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밤에 너희는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성경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 떼가 흩어지리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되살아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모두 스승님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저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베드로가 다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말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 여기에 앉아 있어라.”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셨다.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그때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예수님께서는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돌아와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예수님께서, 다시 두 번째로 가서 기도하셨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다시 와 보시니 제자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감겨 자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그대로 두시고 다시 가시어 세 번째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돌아와 말씀하셨다.
+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바로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왔다. 그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보낸 큰 무리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다. 그분을 팔아넘길 자는,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으시오.” 하고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두었다. 그는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말하였다.
“스승님,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예수님께 입을 맞추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야, 네가 하러 온 일을 하여라.”
그때에 무리가 다가와 예수님께 손을 대어 그분을 붙잡았다. 그러자 예수님과 함께 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들고,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 그러면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 무리에게도 이렇게 이르셨다.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단 말이냐? 내가 날마다 성전에 앉아 가르쳤지만 너희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예언자들이 기록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에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무리는 예수님을 붙잡아 카야파 대사제에게 끌고 갔다. 그곳에는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모여 있었다.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 예수님을 뒤따라 대사제의 저택까지 가서, 결말을 보려고 안뜰로 들어가 시종들과 함께 앉았다. 수석 사제들과 온 최고 의회는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에 대한 거짓 증언을 찾았다. 거짓 증인들이 많이 나섰지만 하나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마침내 두 사람이 나서서 말하였다.
“이자가 ‘나는 하느님의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대사제가 일어나 예수님께 물었다.
“당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소? 이자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어찌 된 일이오?”
예수님께서는 입을 다물고 계셨다. 대사제가 말하였다.
“내가 명령하오.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서 맹세를 하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인지 밝히시오.’”
예수님께서 대사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그때에 대사제가 자기 겉옷을 찢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이 더 필요합니까? 방금 여러분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무리가 대답하였다.
“그자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때에 무리는 예수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분을 주먹으로 쳤다. 더러는 손찌검을 하면서 말하였다.
“메시아야,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베드로는 안뜰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하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베드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이렇게 부인하였다.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하녀가 그를 보고 거기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이이는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다시 부인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조금 뒤에 거기 서 있던 이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도 그들과 한패임이 틀림없소. 당신의 말씨를 들으니 분명하오.”
그때에 베드로는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기 시작하며 말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곧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아침이 되자 모든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기로 결의한 끝에, 그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 총독에게 넘겼다. 그때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는 그분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치고서는, 그 은돈 서른 닢을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돌려주면서 말하였다.
“죄 없는 분을 팔아넘겨 죽게 만들었으니 나는 죄를 지었소.”
수석 사제와 원로들은 말하였다.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그것은 네 일이다.”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물러가서 목을 매달아 죽었다. 수석 사제들은 그 은돈을 거두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피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어서는 안 되겠소.”
수석 사제들은 의논한 끝에 그 돈으로 옹기장이 밭을 사서 이방인들의 묘지로 쓰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 밭은 오늘날까지 ‘피밭’이라고 불린다. 그리하여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들은 은돈 서른 닢, 값어치가 매겨진 이의 몸값, 이스라엘 자손들이 값어치를 매긴 사람의 몸값을 받아, 주님께서 나에게 분부하신 대로 옹기장이 밭 값으로 내놓았다.”> 예수님께서 총독 앞에 서셨다. 총독이 물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당신을 고소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저들이 갖가지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들리지 않소?”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고소의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총독은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축제 때마다 군중이 원하는 죄수 하나를 총독이 풀어 주는 관례가 있었다. 마침 그때에 예수 바라빠라는 이름난 죄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를 풀어 주기를 원하오? 예수 바라빠요 아니면 메시아라고 하는 예수요?”
빌라도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시기하여 자기에게 넘겼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말하였다.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
그동안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을 구슬려 바라빠를 풀어 주도록 요청하고 예수님은 없애 버리자고 하였다. 총독이 물었다.
“두 사람 가운데에서 누구를 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군중이 대답하였다.
“바라빠요.”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메시아라고 하는 이 예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군중이 모두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군중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온 백성이 대답하였다.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
빌라도는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 그때에 총독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그분 둘레에 온 부대를 집합시킨 다음,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며 조롱하였다.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군사들은 또 예수님께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분의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외투를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혔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을 보고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이윽고 골고타 곧 ‘해골 터’라는 곳에 이르렀다. 그들이 쓸개즙을 섞은 포도주를 예수님께 마시라고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맛을 보시고서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진 다음, 거기에 앉아 예수님을 지켰다. 그들은 또 그분의 머리 위에 죄명을 붙여 놓았다. 거기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 예수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에 강도 두 사람도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못 박혔다. 지나가던 자들이 머리를 흔들어 대며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는 자야,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과 함께 조롱하며 말하였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시면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 하느님을 신뢰한다고 하니, 하느님께서 저자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 내 보시라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야.”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그분께 비아냥거렸다.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오후 세 시쯤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이는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그곳에 서 있던 자들 가운데 몇이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이자가 엘리야를 부르네.”
그러자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와 신 포도주에 듬뿍 적신 다음, 갈대에 꽂아 예수님께 마시게 하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말하였다.
“가만,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해 주나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
그러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들의 몸이 되살아났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다음,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 많은 이들에게 나타났다.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거기에는 많은 여자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르며 시중들던 이들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제베대오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었다. 저녁때가 되자 아리마태아 출신의 부유한 사람으로서 요셉이라는 이가 왔는데, 그도 예수님의 제자였다.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자, 빌라도가 내주라고 명령하였다. 요셉은 시신을 받아 깨끗한 아마포로 감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자기의 새 무덤에 모시고 나서, 무덤 입구에 큰 돌을 굴려 막아 놓고 갔다. 거기 무덤 맞은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앉아 있었다. 이튿날 곧 준비일 다음 날에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리, 저 사기꾼이 살아 있을 때, ‘나는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한 것을 저희는 기억합니다. 그러니 셋째 날까지 무덤을 지키도록 명령하십시오.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 내고서는,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 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이 마지막 기만이 처음 것보다 더 해로울 것입니다.”
빌라도가 대답하였다.
“당신들에게 경비병들이 있지 않소. 가서 재주껏 지키시오.”
수석 사제와 바리사이들은 가서 그 돌을 봉인하고 경비병들을 세워 무덤을 지키게 하였다. (마태오 26,14─27,66)

<고통은 더 큰 고통을 통해서>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직접 목격한 일입니다. 번잡하지 않은 낮 시간대에는 각종 생필품을 직접 들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지요. 지병이라도 있는지 안색이 별로 좋아 보訣?않는 한 중년신사가 생필품 세트를 팔기 위해 제 바로 앞에서 멈췄습니다. 제품의 우수성과 저렴한 가격에 대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하였는데, 자신감 없어 보이는 얼굴표정을 통해 그날 처음 나온 분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지, 제품을 들고 한 바퀴 돌았지만 아무도 물건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급하게 내리던 한 승객에 의해 제품이 가득 담긴 여행용 가방이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물건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가방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그분은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저 굳은 표정으로 흩어진 물건들을 하나하나 다시 주워 담으셨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한쪽 팔에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보기가 딱했기에 제가 다가갔습니다. 함께 물건을 주워 담으면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그래도 힘내세요!"하고 물건 하나를 샀습니다. 근심 가득한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다음 칸으로 향해 가는 그분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이 몹시 슬퍼졌습니다.

때론 이웃들이 견뎌내고 있는 극심한 고통 앞에서 우리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찾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또 우리가 아직 먹고 살 만하면서 굶어 죽어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위로의 말은 별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직 싱싱한 젊음을 유지하면서 말기암환자를 위해 드리는 기도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그래서 결국 고통은 더 큰 고통을 통해서, 슬픔은 더 큰 슬픔을 통해서, 좌절은 더 큰 좌절을 통해서만이 극복되고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연의 고통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고통의 신비와 의미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갖은 고통의 치유를 위해 더 큰 고통을 몸소 겪으신 분이 계십니다. 바로 오늘 수난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이십니다. 우리가 느끼는 슬픔을 덜어주려고 더 큰 슬픔을 선택하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죄와 고통, 십자가와 죽음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을 예수님이 구원하실 수 있는 것은 예수님 자신이 먼저 밑바닥 인간의 연약함과 질병과 고통을 직접 짊어지셨고, 고난과 저주의 쓴잔을 기꺼이 마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임종자로서 단말마의 고통, 이국땅에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서러움을 몸소 체험하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그는 고통받고 죽어가는 자와 나란히 누워, 그의 동료로서 위로와 구원을 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 무게가 너무 무거워 죽을 지경인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조금만 참아. 힘내!"하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그보다는 우리보다 더 무거운 십자가를 선택하셔서 직접 지고 우리보다 앞서 가십니다.

오늘 고통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고통인 죽음의 고통을 잘 참아냄을 통해 영광스럽게 아버지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완수한 예수님의 최후를 묵상하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고통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극복해야 할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고통에 대한 의미 부여입니다.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가치가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랍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성서는 우리가 그토록 부담스러워하고 힘겨워하는 고통 앞에 딱 부러진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고통을 피하기 위한 비법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오직 예수님께서 직접 겪으셨던 그 고통스런 수난과 죽음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없애지 않으셨지만 고통을 겪는 우리 옆에서 함께 고통을 겪으십니다. 우리와 나란히 서서 우리를 위로해주십니다. 우리 눈에서 눈물을 없애지 않으셨지만, 우리가 흘리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을 치워버리려 오신 것이 아니고 고통을 설명하러 오신 것도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 현존으로 고통을 채우러 오신 것입니다"(클로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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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번씩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주님 이 정도는 괜찮겠지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지요.
제자들이 던지는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는
이 질문과 다름 없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성주간이 시작되었다.
무엇을 보속하고 무엇을 절제하였는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성주간 주에라도
"주님, 이 정도면 그런대로 잘했지요?"라고 여쭐 수 있도록 애써 보아야겠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