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1 운명을 바꾼 국수 한그릇

얼마 전 ‘맛있는 인생’이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소개됐던
서울 삼각지 근처 허름한 한 식당과 관련한 얘기를 간추린 내용이다.
그 식당은 온국수 한 그릇을 2천원에 판지 10년만인 최근에야 겨우 2천5백원으로 올릴만큼
무척이나 서민적인 집이다. 그런 서민적인 분위기에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
TV를 통해 ‘맛 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명소라면 명소다.

이 식당을 소개했던 방송사 PD는 방송이 나간 후 40대 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프로를 봤던 시청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흥분한 목소리로 두서없이 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15년전 사기를 당했다.
아내마저 떠나고 살 길이 막막한 채 용산역 근처를 배회하는 노숙자가 됐다.
배가 고파 인근 식당을 기웃거렸는데 쫓겨나기 일쑤인데다 심한 경우 개까지 풀어 혼쭐이 나기도 했다.
야박한 세상 인심에 눈물은 더 나오고 배고픔은 서러움만 더할 뿐이었다.
마침내 밥 값을 떼먹기로 하고 들어선 곳이 앞서 말한 아주머니가 꾸려가는 식당.
사내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아주머니는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무척이도 배가 고팠던 이 사람, 국수 한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데
아주머니가 급하게 국수 그릇을 빼앗았다. 그리곤 국수 한그릇과 국물을 더 담아 주었다.
국수를 먹고 난 뒤 아주머니가 다른 국수를 삶는 사이 이 남자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나와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우선 달아나기에 바빠 잘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달아난 후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아주머니가 한 말은 “어디가. 거기 서. 돈 내놔”가 아니라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였다. 그날 밤 그 사내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추스려 파라과이로 떠났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이젠 꽤 큰 장사를 할만큼 돈을 벌었다.
그런데 TV에 그 식당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PD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 남자는 “저는 그 아주머니의 국수한 그릇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해 중 어느 때보다 자기 희생이 강조되는 사순시기다.
자기 희생을 통해 모은 양식으로 배고픈 사람에게 국수 한 그릇이라도 베푸는 정신이
더욱 빛나 보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 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중에서)
부산주보에서 발췌

첨부파일크기
soy_1837.jpg56.16 KB

댓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른 삶의 인생을 바꿉니다.

항상 선한 생각으로 말을 하도록 애써야겠습니다.

안셀모

작은 선한 행동이..


어렵고, 힘든 이웃의 운명을 바꾸워놓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저도 그 주인장이 끓여주는 국수 한그릇 먹고 싶네요.
꼬르~륵.. ^^;

진정 필요한 것은..

험난한 세상에도 진정 필요한 것은 크나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따뜻한 마음과 사랑 실천만으로도 세상은 바뀔 것입니다.

오늘은 무슨 작은 일이라고 할까 생각하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