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3월 2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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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 - 루카 24,35-48

그 무렵 [예수님의] 제자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들에게 손과 발을 보여주셨다. 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셨다.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루카 24,35-48)


<우리 기쁨의 원천, 부활>

병자성사를 집전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가끔씩 튀어나오는 말입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하느님, 너무 하십니다. 이 젊디젊은 사람에게 어떻게 이러실 수 있으십니까?”

언젠가 한창 인생이 꽃 피어나야할 자매, 아직 시집도 안간 어린 자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도와드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났지만, 정말 간절히 기도 바치며 병원으로 갔습니다.

“주님, 지금 병환 중에 있는 이 자매가 당신의 은총을 간절히 애원하며 주님의 종을 불렀나이다. 당신은 고통 중에 있는 일들의 청원을 기꺼이 들어주셨으니, 저의 성사집행을 친지 주제하시어 이 교우에게 필요한 은총을 하락하옵소서. 아멘.”

마지막 순간이 왔음을 알았던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정성을 다해 병자성사에 임하는 자매, 그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성체를 모신 후 그분 얼굴에 얼핏 스치는 희미한 미소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부활이란 것이 이런 것이겠지. 예수님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순간이 부활하는 순간이겠구나. 예수님이 영원한 생명의 주관자인 하느님임을 고백하는 바로 그 순간, 죽음조차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겠구나. 그 진리를 깨닫는 순간,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부활이 되는 것이로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증거를 몸소 보여주시는데, 그 절정은 당신 제자들 앞에서 음식을 드시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들이 하도 의혹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방법으로 “봐라, 이렇게 너희들과 똑같이 먹기까지 하지 않느냐? 그래도 안 믿겠느냐?”며 음식까지 드시는 것입니다.

그제야 비로소 제자들은 그간 지니고 있었던 의혹과 의심, 두려움을 떨치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기 시작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시공의 조건에 구애를 받지 않으십니다.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는 언약을 완수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부터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완전한 의미에서의 임재(臨在)’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우리가 앉거나 서거나, 집밖으로 나서거나 자리에 들거나 우리와 함께 온전히 현존하시는 분이 되셨습니다. 우리가 가는 모든 곳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발현하신 예수님의 실체를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뵌 제자들의 반응은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들은 너무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고동락했던 스승님, 이제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전에 두고 유령으로 착각하는 제자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제자들은 아직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맞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직도 지난 성금요일의 끔찍한 환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혀 예수님의 부활을 내면화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습니다. 당연히 부활하신
주님을 인지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런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조용히 나무라십니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보아라.”

이렇게 까지 말씀하시는데도 긴가민가 하는 제자들을 향해 마지막 수단으로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셨습니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당신의 존재에 대한 완전한 인식에 이르게 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단단히 닫힌 우리들의 눈과 귀, 마음을 열기 위해 당신께서 하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간절한 염원에 따라 우리 영혼의 눈이 활짝 열리길 바랍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우리와 함께 현존하시는 그분의 향기에 취해 살아가길 바랍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은 두려움의 대상이 절대로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 역시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우리 기쁨의 원천입니다.
우리 행복의 원천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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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믿지 못하는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주기 위해 예수님은 음식을 같이 나누십니다.
우리 일상의 가장 가까이 있는 일을 같이 하십니다.

먹거리라는 것이 우리 생활의 가장 기본입니다.
이것을 나누지 못해 많은 어려움이 이 세상에 가득합니다.
나누기 위해서는 내어 놓아야 합니다.
누가...???
남이 아니라,
내가 내어 놓아야 합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그 동안 소원했던 사람들을 식사에 초대해야겠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