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 3월 31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3월 31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루카 1, 26-38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루카 1,26-38)
<설레는 마음으로 십자가를>
삶이란 것, 때로 불공평하게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한 평생, 아무런 아쉬움 없이, 건강하게, 고생이라고는 털끝만치도 모르고, 귀공자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삶 전체가 십자가 투성이인 사람이 있습니다. 한 고개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한 고비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끝도 없이 계속됩니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십자가의 틈바구니에 끼여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얼굴 표정은 어찌 그리 환한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한 형제, 하는 말도 얼마나 어여쁜지 모릅니다.
“하도 겪어봐서 그런지 이젠 십자가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젠 십자가가 다가오면 두려워하기보다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그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이번 십자가는 나를 어떤 길로 이끌 것인가, 기대하면서 그렇게 십자가를 기다립니다.”
매일 져야만 하는 십자가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져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형태의 십자가 가운데 참으로 특별한 십자가가 있는데, 한 ‘존재’ 자체입니다.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십자가가 다른 십자가에 비해 더 무거운 이유가 피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내칠 수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고 가야하는 십자가입니다.
어차피 지고 가야할 십자가라면 기쁘게 지고가야겠습니다.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하면 그 십자가는 더욱 크게 다가오겠지요. 오히려 호기심과 더불어 기대감을 가지고 십자가를 바라봐야겠습니다. 이번 십자가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번 십자가는 어떻게 다루면 쉬운가, 어떻게 해야 극복이 가능한가, 흥미를 지니고, 연구하면서, 실험해가면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십자가가 다가올 때 정말 필요한 것은 용기요, 인내요, 도전정신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여유입니다. 유머입니다. 큰마음입니다. 이왕 다가온 것,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즐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골 처녀 마리아에게 너무나 가혹한 십자가가 다가옵니다. 아기 예수 탄생이라는. 구세주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 물론 큰 기쁨이요, 영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부담과 희생, 고통이 예견되는 십자가의 길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그는 성장한 아들 예수님을 떠나보내야만 합니다. 언젠가 그는 아들 예수님의 죽음도 목격해야 합니다. 아들의 십자가 밑에서 무기력하게 그냥 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성모님께서 위대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인류 전체를 위해 삼십년간 고이 키워온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떠나보낸 것, 결국 아들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더 큰 사랑을 위해 아쉽지만 그를 놓아주신 것...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이든, 자기 자신이든, 그 어떤 상처든, 아무리 무거운 십자가든, 그 뭐든 떠나보냄, 그 고통스런 순간을 잘 극복한 성모님이셨기에, 진정한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는 영광을 입게 된 것입니다.
난데없이 다가온 너무나 가혹한 십자가 앞에 성모님은 호들갑을 떨지 않으셨습니다. 도망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니 기쁘게 수용하셨습니다. 더 나아가서 설레는 마음으로 십자가를 고이 끌어안으셨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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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하느님께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직접해치우시지를 않으십니다.
우리 인간의 동의를 얻어서
우리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여
우리 인간들이 만드는 사건을 통하여
당신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성령께서 활동하실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한 순간만이라도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라고 응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