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008년 4월 7일 성 요한 밥티스타 드 라 살 사제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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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7일 성 요한 밥티스타 드 라 살 사제 기념일-요한복음 6,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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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후, 제자들은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를 보았다.] 그 이튿날, 호수 건너편에 남아 있던 군중은, 그곳에 배가 한 척밖에 없었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 배를 타고 가지 않으시고 제자들만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티베리아스에서 배 몇 척이, 주님께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 빵을 나누어 먹이신 곳에 가까이 와 닿았다. 군중은 거기에 예수님도 계시지 않고 제자들도 없는 것을 알고서, 그 배들에 나누어 타고 예수님을 찾아 카파르나움으로 갔다. 그들은 호수 건너편에서 예수님을 찾아내고, “라삐, 언제 이곳에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요한 6,22-29)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을>

오늘 오후 저는 아르테미테 자티 수사님(1880-1951, 아르헨티나 태생, 평생을 병원 사도직에 종사)의 전기를 읽었습니다("자티" 피터 라핀 저, 이선비 역, 돈보스코미디어).

책장을 넘길수록 자티 수사님의 감동적인 생애는 저를 참으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 죽은 사람이 입던 옷을 -

쉰 살이 된 자티 수사는 옷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양복은 몇 십 년을 입었던지 색을 분간하기 힘들었고 자켓은 다리지 않았으며, 바지는 무릎이 불룩 나왔습니다. 그는 늘 헌옷을 입고 있었는데, 차림새로 보아 그 옷들은 대개 남이 입다 버린 것들이었습니다. 언젠가 그가 죽은 사람의 옷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낡은데다 냄새까지 나서 사람들이 불평하자 자티 수사는 "이 냄새야말로 덕행의 향기입니다"라고 대꾸했습니다.

- 우리 구세주께 드릴 바지 -

병세가 너무 깊어 다른 병원으로부터 거절당한 중환자나 병원비가 없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환자들이 찾아올 때마다 자티수사는 병원 직원에게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우리 병원을 축복해 주러 오신 착한 목자께 내드릴 방이 있나요?" 자티 수사는 또 자주 "우리 구세주께 드릴 코트나 바지가 있습니까?" 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우리 구세주"란 한 평생 말쑥한 코트나 바지를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자신의 침대까지도 양보를 -

한번은 병세가 위급한 인디언이 병원에 왔는데 병상은 물론 간이 침대 마저 없었습니다. 자티 수사는 그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 침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미안했던 그 인디언은 담요를 하나 가져오더니 바닥에 펴고 거기에 누웠습니다. 작은 실랑이가 오가던 중 자티 수사는 바닥에 누운 인디언을 안아다가 침대에 눕혔습니다. 그러자 인디언은 자티 수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고 권고하십니다.

자티 수사님의 전기를 다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영원한 생명의 향기"가 한동안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위해 온전히 봉헌한 향기로운 삶이 자티 수사님의 삶이었습니다.

사심 없는 봉사와 철저한 헌신, 겸손한 미소를 통해 오늘 시복 되신 자티 수사님의 삶이 모든 의료인들의 귀감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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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하느님의 일을 한답시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긴 하는데...
공허하고 이게 아닌데 할 때가 많습니다.
믿음에 대한 기초가 부실한 때문인 듯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분을 믿는 것부터 기초를 다시 쌓아야겠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서로 할퀴면서 주고 받는 상처를 하느님 안에서 치유할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합닌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