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4/30 부활 제6주간 수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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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요한 16장 12-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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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요한 16,12-15)


<모터가 다시 돌기 시작할 때>

제초작업 할 공간이 워낙 광활해서 예초기를 몇 대 구했습니다. 다들 ‘초보’다 보니 자주 고장이 나더군요. 농기구 수리 센터를 뻔질나게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은근히 지출도 많아졌습니다.

한번은 또 고장이 났기에,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커버를 벗겨 분해를 했습니다. 노즐에 낀 먼지를 제거도 하고, 뒤틀어진 부품을 바로 잡기도 한 후 다시 조립을 했습니다.

‘잘 돼야 할 텐데..’ 잔뜩 기대를 품고 시동 거는 레버를 힘차게 돌려봤습니다.

그러나 웬걸, 모터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투덜거리며 또 다시 커버를 벗겨냈습니다. 그리고 이 레버, 저 레버, 조정해보고, 또 다시 시도를 해봤지만, 모터는 조금도 협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레버를 당겨댔던지 어깨가 다 아팠습니다. 나중에는 욕이 다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랜 시간 수리에 수리를 반복하던 어느 순간이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있는 힘을 다해 시동 거는 레버를 돌렸습니다.

그 순간, 웽………하는 소리와 함께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웽………하는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그 순간, 또 얼마나 기쁘던지. 그 순간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 있으면 한번 나와 봐, 하는 우쭐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예초기의 겉모양이 아무리 좋아도, 예초기의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예초기가 아무리 좋은 메이커라 할지라도, 웽……… 하고 돌아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쓸모가 없습니다. 괜히 자리만 차지할 뿐입니다.

요즘 계속 선포되는 복음 말씀의 주제어는 ‘성령’이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모터가 돌아가야 예초기는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낫으로 할 일의 몇 배나 되는 일을 별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께서 우리 각자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실 때에만 비로소 우리는 신앙인으로서의 구실을 다할 수 있습니다.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힘차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애벌레에게는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장애물이며 스트레스꺼리들입니다만, 나비에게는 세상 모든 것들이 신기한 구경꺼리들입니다.

멈춰있는 신앙인들에게는 세상만사가 다 스트레스 덩어리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미움덩어리입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힘차게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축복입니다. 사랑입니다. 은총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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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성령께서 오실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고,
성령께서 활동하실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비우고,

그렇게 기다리면

모터 소리가 웽......... 그렇게 나겠지요...???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늘상 함께하는 가까운 모든 것에 하느님의 손길이 닿아 있고, 성령께서 활동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멘.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