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5/4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주일)…양승국 신부님
5월 4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주일) - 마태오 28,16-20
그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16-20)
<살아 움직이는 희망의 복음>
가끔씩 초대를 받아 '한 말씀' 하러 갈 때가 있습니다. 본당에서 단체장이나 교육 분과 담당을 역임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 말씀'(주제 강의)은 피정이나 연수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요. 참석자들의 기대치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서 '말씀 좋은' 강사를 찾느라 고생이 많으시겠지만, 초청받는 강사 입장에서도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남 앞에 선다는 것 그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이토록 영적으로 불안정한 내가, 어떻게 영성생활의 쇄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까?', '주어진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나인데 기도의 방법에 대해서 강의하다니 참으로 웃기는구나' 등의 반성을 합니다.
때로 재미있게 한다고 '오버'라도 하는 날이면 밤잠을 설쳐가면서 '내가 미쳤지 미쳤어. 왜 그런 쓸데없는 말들을 지껄였을까' 하고 후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의 제 마음은 많은 경우 회색빛입니다.
제대로 된 복음 선포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언행일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 자신이 선포하는 말씀을 자신이 먼저 살지 않는 사람이 행하는 복음 선포는 힘도 없을뿐더러 설득력도 없습니다.
말씀 선포자는 자신부터 먼저 진지하고 성실하게 자신이 선포한 말씀을 철저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온 몸으로 복음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가 선포한 말씀이 설득력 있게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주님승천대축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승천하기 직전 제자들을 향해 한가지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남기시는데, 다름 아닌 복음 선포에 매진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입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때로 말씀 선포가 죽기보다 싫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마지못해 사람들 앞에 서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뤄지는 복음 선포가 제대로 먹혀 들어갈 리 만무합니다.
우리가 전하는 복음 선포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원인이 무엇이겠습니까?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준비가 소홀했다든지, 기술이 부족했다든지 등 원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 원인은 다른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 가지 진리를 자주 망각합니다. '말씀하시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행하는 전도 사업은 내 일이 아니라 하느님 일이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반드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복음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뿐입니다.
돌아보면 부끄럽게도 하느님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도구 삼아 나 자신을 전하려는 경향이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진정한 복음 선포는 '나 자신'이 사라져야만 가능합니다. 내가 무엇인가 하기보다는 그분께서 하시도록 그분 영역을 우리 안에 마련할 때 비로소 참된 복음 선포가 가능하리라 저는 믿습니다.
저희 수도원에서는 매일 복음나누기가 생활화돼 있습니다. 가끔씩 행사가 있어 복음나누기를 빼먹기라도 하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끼니는 걸러도 괜찮은데, 복음묵상을 빼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뻔한 내용 가지고,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생활 분위기 안에서, 매일 보는 똑같은 얼굴들과, 매일 나눌 것이 뭐가 있겠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풍요로워지는 복음입니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욱 심오해지는 복음입니다. 마음만 열면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복음입니다.
수도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저희 수련자 형제들은 복음 안에서 삶의 지침을 찾습니다. 복음을 통해 생활의 이정표를 세웁니다. 복음나누기를 통해 희망을 나누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결국 복음은 저희 같은 구도자들에게 있어 밥보다 중요한 생명의 양식입니다.
그러나 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복음에서 길어 올리는 삶의 진리들이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잘 내려옵니다. 그러나 가슴까지 내려온 복음이 다리까지, 손끝까지 내려오기가 그렇게 힘듭니다.
오늘 우리가 접하는 복음이 머릿속에서만 머무는 복음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복음, 행동을 촉구하는 복음, 우리 매일 삶의 에너지가 되고 고단위 비타민이 되는 복음이 되길 기원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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