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5/6 부활 제7주간 화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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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부활 제7주간 화요일 - 요한 17,1-11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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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켰습니다. 이제 이들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모든 것이 아버지에게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을 제가 이들에게 주고, 이들은 또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제가 아버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참으로 알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은 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을 통하여 제가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요한 17,1-11ㄴ)


<손을 펴야 새 세상이>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떠날 순간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파악하신 예수님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이는 말씀입니다.

그 ‘때’는 어떤 때입니까? 아버지께 영광을 드릴 때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입장에서 볼 때는 가장 고통스런 때입니다. 당신 앞에 곧 펼쳐질 미래는 정녕 단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기 싫은 형극의 때입니다. 예견되는 고통이 너무도 끔찍하기에 떠나기 싫은 참혹한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떠나십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아버지께 영광을 드릴 때가 왔으니 떠나십니다. 아버지께서 떠나라 하시니 떠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의도에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명하신 분,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위대하심은 바로 아버지께 대한 철저한 순명에 있었습니다. 처절한 단말마의 고통과 외로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길이었지만, 그 길조차도 아버지께서 원하시니 떠나셨습니다.

자비로운 하느님의 품안에 쉬기까지 나약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방황하고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노력이 아버지의 품을 그리며 늘 길 떠나는 일입니다. 어제의 부족한 나를 떠나는 일입니다. 어제의 부끄러운 나와 다시금 결별하는 일입니다.

토마토 모종을 가꾸면서 지니게 된 소중한 체험입니다. 저는 왕성하게 가지를 만들고 옆으로 퍼져가는 우리 모종들을 바라보며 기특해했습니다. 다른 밭의 모종들보다 훨씬 그럴듯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토마토 수확을 위해서 원줄기 하나만 남겨놓고 다른 순들을 계속 솎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무성하기만 했지 별 도움 안 되는 가지들로 기형이 된 토마토 줄기들을 바라보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스런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지나친 욕심과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합니다. 결국 아쉽지만 버리면 얻습니다. 떠나야 영원히 남게 됩니다.

장시간에 걸친 영적상담 끝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이렇게 다 털어놓으니 이제야 좀 숨을 쉴 것 같습니다.”

내려놓아야 참된 자유가 시작됩니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야 새 세상이 열립니다. 아쉽지만 떠나야 새로운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류구원이라는 최종적인 결실을 위해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자신을 떠나셨던 예수님, 보다 큰 강으로 나아가기 위해 작은 시냇물을 버리셨던 예수님의 최후를 오래도록 묵상해 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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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빨라도 안되고 늦어도 곤란합니다.
이 때를 알아 차리고,
때를 알아 차렸을 때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가야 할 때 가야하고,
서야할 때 서야 합니다.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말을 삭여야 할 때는 가슴에 삭여야 합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을 제가 이들에게 주고, 이들은 또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남아 있을 제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다 받아 들였을 때에,
"때가 왔다"고 하셨습니다.

제 때도 제가 하느님의 말씀을 다 받아 들였을 때가 아닐까요...???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아직도 말이 앞설 때가 많다. 말을 멈출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혀 끝으로가 아니라 삶 전체로 말하도록 애쓰야겠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