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8/2 연중 제17주간 토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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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연중 제17주간 토요일-마태오 14장 1-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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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헤로데 영주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시종들에게, “그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헤로데는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붙잡아 묶어 감옥에 가둔 일이 있었다. 요한이 헤로데에게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기 때문이다. 헤로데는 요한을 죽이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그들이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헤로데가 생일을 맞이하자, 헤로디아의 딸이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어 그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래서 헤로데는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청하는 대로 주겠다고 맹세하며 약속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자기 어머니가 부추기는 대로,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이리 가져다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 주라고 명령하고,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게 하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요한의 제자들은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장사 지내고, 예수님께 가서 알렸다. (마태 14,1-1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인도 힌두교 경전 우파니샤드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일몰의 아름다움이나 명산의 웅장함 앞에 잠시 멈춰서 ‘아!’ 하고 탄성을 지르는 것은 신성(神性, divinity)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장아장 걸어가는 세 살 바기 어린아이나, 이른 봄에 맹렬히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고, ‘귀엽다’, ‘예쁘다’고 하지, ‘아름답다’, ‘곱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서쪽하늘 너머로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석양이 곱다’, ‘장엄하다’,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진정으로 아름답다, 참으로 곱다는 말에는 소멸이 내포되어 있고, 그래서 그 말에는 설움이 배어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 사라지려 할 때, 사람들은 그 마지막 장면을 다치지 않고 생생하게 잡아두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승수, ‘사라지는 것, 그 찰나의 아름다움’ 참조).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소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너무도 아쉬운 죽음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활활 타오르는 저녁노을보다 훨씬 더 고운 빛깔입니다. 그의 순교는 묵묵히 끌려가 털끝만큼의 저항도 없이 순순히 죽어간 무죄한 어린 양의 죽음과도 흡사합니다. 그의 최후는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과 그의 왕국을 위해 온전히 바쳐진 거룩한 산 제물이었기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예언자의 삶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의 삶은 혹독하게도 고독한 삶입니다. 이 땅에서 소멸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춥고 허전합니다. 그의 일상은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모든 결핍이 메시아를 위한 것이어서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산(辛酸)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나날이 고독과 외로움, 모순과 갈등으로 가득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그 누군가로부터 이유 없이 천대받고 갖은 고통을 겪고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말입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이 ‘소멸의 과정’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습니다. 어느 정도 삶을 이끌어 나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상처가 생깁니다. 원치 않는 병고도 뒤따릅니다. 조금도 예기치 않았던 내리막길도 걷게 됩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꼭 세례자 요한의 소멸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소멸의 과정을 기쁘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멸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로 장식하시기 바랍니다.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굴이 더욱 어여쁩니다.

(한용운, 떠날 때의 님의 얼굴)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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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내일 주일 양승국 신부님 묵상글은....

제가 가족과 캠프를 가기 때문에 어쩌면 못 올리거나 늦게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캠프 그라운드에까지 인터넷이 되지 않는 관계로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셀모

양해를..

못하겠는데요. ㅎㅎ

즐겁고, 부러운 캠프가 되시길 바라며, 댕겨와서 즐거운 맘으로 뵙겠습니다.

잘 다녀 왔습니다.

짧은 1박2일의 전복잡이 (사실은 먹기...???) 한국학교 선생님들 가족의 캠핑이었는데...
무지무지 재미있고 행복한 캠핑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월요일 복음 묵상글과 함께 주일 것도 올렸습니다.
감사....
안셀모

열심히 잡은..

전복도 나누는 미덕을 발휘해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ㅎㅎ

그기서 먹기에도...

모잘랐는데요...
쩝...어짜지...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