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9/4 연중 제22주간 목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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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 루카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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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루카 5,1-11)


<아버지 없이 걸어가는 인생의 최종적 결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살았던 시몬 베드로, 그는 전문직 어부였습니다. 물때뿐만 아니라, 기후나 절기에 따른 물밑의 변화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꿰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전문직 어부라도 허탕 치는 날이 있기 마련이지요. 이쪽에 그물을 쳐서 안 되니 저쪽에, 저쪽에 던져 봐도 맹탕이니, 더 멀리...

그렇게 밤을 꼬박 샌 시몬 베드로에게 고기잡이에는 문외한인 목수출신 예수님께서 한 마디 하시는데, 시몬 베드로 입장에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조언이었습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저 같았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이랬겠지요.

“깊은 곳이든 얕은 곳이든 그물 칠만큼 충분히 던졌습니다. 제 경험상 오늘은 아닙니다. 저는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그물을 치려면 스승님이나 치십시오.”

그러나 시몬 베드로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빛나는 순명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참된 순명에 대해서 돈보스코 성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 우리 마음에 드는 일만 하는 것은 참된 순명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는 것, 특히 우리가 하기 싫은 일조차도 기쁘게 행하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는 시몬 베드로의 외침을 묵상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이 외침은 어쩌면 오늘 우리의 외침이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하지 않고 나 혼자의 힘으로 해보려 하는 인생, 아버지의 뜻을 찾지 않고 내 뜻을 성취하려는 인생, 아버지의 이름으로 행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려는 인생의 최종적인 결론이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란 외침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다시금 던져주시는 예수님 말씀,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는 무조건 인간적으로만 생각해온 기존의 사고방식을 던져버리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을 먹고 무조건 안 된다는 소극적,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지니신 수많은 속성 가운데 두드러진 속성 하나가 초월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우리들의 좁은 안목, 편협된 사고, 고착화된 행동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분이십니다. 무한하시고 광대하신 분이십니다.

난관 앞에 부딪힐 때, 절망의 한 가운데를 지날 때, 실패를 거듭할 때, 인생의 쓰라림을 뼈저리게 느낄 때도 인간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길 바랍니다.

하느님의 능력, 하느님의 자비, 하느님의 사랑을 믿기 바랍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분, 무한하신 분이기에 그분 앞에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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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어느 신부님의 묵상글 중에서
사람을 낚는다는 것을 어부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물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데에 동감입니다.

어부는 하느님이고
그물은 잘 준비하고 있다가 하느님이 하시고자 하는대로 움직이면 되겠지요.

그런데 제가 마치 어부인 듯 착각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봅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하느님이 그물을 던질 때 반항하지 않기...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