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7 연중 제31주간 금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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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 루카 1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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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루카 16,1-8)


<백년도 우리 살지 못하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드신 비유와 결론은 꽤 아리송합니다. 그래서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공금횡령을 일삼다 그간의 비리가 탄로가 나 ‘짤리게’ 된 집사가 있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난 후를 생각해보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집사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업무를 인수하는 그 틈을 이용해서 또 다른 비리를 저지릅니다. 이번에는 공문서위조입니다. 빚진 사람들을 한명 한 명 불러들여 자기 마음대로 탕감해줍니다.

공금횡령에다 공문서위조, 직무태만, 직권남용...오늘날로 치면 손 크고 간 큰 경제사범입니다.

그러나 결론은 이렇습니다. 주인은 이런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자신의 미래를 준비했다고 칭찬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퇴직 후 자신의 미래를 준비한 집사의 노력, 그 이상으로 우리 영혼의 미래를 준비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현세적 안녕, 육체적 무사함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는 우리들입니다. 요즘 건강과 미(美), 레저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화두입니다.

S라인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음식 제대로 하는 식당이 있다면 거리를 상관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그러나 보다 한 차원 높은 고려대상인 영혼을 위한 투자는 어떠합니까?

인간은 육체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절대로 아닙니다. 영(靈)과 육(肉)으로 구성된 특별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요즘 너무 육체에만 투자하고 육적인 생활에만 올인 하다 보니 우리의 영적생활이 너무도 무뎌져 있습니다. 영혼에 대한 의식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자신 안에 영적인 영역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적 에너지와 능력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측면의 투자나 계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영은 다 빠져나가고 육만 홀로 남게 된 것입니다. 허깨비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점점 남루해져만 가는 육신의 옷을 부여잡고 발버둥치지만 세월 앞에 아무도 장사가 없습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백년도 우리 살지 못하고 언젠가 모두 내려놓고 떠나가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단지 육신만을 위한 올인, 그것은 정녕 영양가 없는 투자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이 육신의 장막이 허물어질 것입니다. 결국 우리 앞에 남게 되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께로 나아가는 영혼입니다.

그때 우리를 든든하게 해줄 보루는 그간 아까운 돈 들여 매달 부어왔던 각종 생명 보험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그 동안 주력했던 영적인 삶입니다. 영적 생활의 결실인 나눔과 배품의 삶입니다.

우리가 기를 쓰고 거부하지만 죽음은 어느새 우리 곁에 친구처럼 내려와 앉을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는 눈앞의 삶, 육체적 삶에만 혈안이 되어왔던 지난날을 절절이 뉘우치며 크게 가슴 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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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불의함에도 불구하고 약삭빠른 처세를 칭찬하시는 하느님에 대하여는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밖의 것으로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잔머리 굴리고, 사소한 일에 목숨 걸고... ...이렇게 체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반만큼이라도 신앙생활을 치열하게 했더라면...???

삶이 세상살이 따로 신앙생활 따로가 아닌 것 같다는 어렴풋한 깨달음이 오는 요즈음... ...
어차피 잔머리 굴리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살이,
예수님의 눈과 마음을 통하여 보고 느낄 수 있는 '배려와 여백'을 가지고 치열하게 살아 가라는 말씀이 아닌지... ... ???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한 동안 잊고 있었던 '배려와 여백'을 기억하고 삶의 자리에 옮기는 하루...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