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에서의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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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라 수녀님께서 볼리비아에서의 성탄 소식을 전해 오셨습니다. 모자라는 중에서도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맞으며 함께 나누는 삶을 사시는 수녀님의 모습에서 따뜻함과 함께 목마름을 느낍니다. - 안셀모 -

+ 평화를 빕니다

형제님,
아기 예수님 오심을 은혜로이 맞으셨는지요?
염려와 사랑으로 보내주신 글 고맙게 읽으며 ...
이렇게 잊지않고 기도해주는 이들의 힘으로 살고 있음을 ...
마음깊이 느끼며 감사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전화국의 송신탑이 벼락을 맞아서 23일부터 28일 밤까지
모든 통신이 두절되어 전화도 인터넷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중에 참으로 가난한 성탄을 맞이했지만 ...
올 성탄은 진정으로 기다리고 맞이하여 섬겨드려야 할 분이 누구인가를
마음깊이 생각하면서 지낸 뜻있는 성탄이었어요.

어린시절 주일학교를 경험해본 적도 없고,
주일학교를 직접 담당해본 적도 없는데 ...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젊은이들과 더불어 주일학교 성탄 축제를 준비해야 했어요.

한국에서 보았던 성탄 예술제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행사이지만 …
그럼에도 처음에는 정말 막막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성탄 9일기도를 하는 동안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특별히 있지도 않은 소지품을 온통 뒤져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손수건, 볼펜, 연필, 메모지,
선물로 받았던 성물들을 죄다 모으고 ...
주일학교용 상자들을 모두 뒤져서 예전에 선물로 사용하고 남은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작은 하이타이 봉지, 샴푸 샘플, 풍선, ...
이런 것들을 모두 모아 상품을 준비했어요.
한국의 아이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들인데 ...

그리고 나서 밀가루와 설탕, 마가린을 버무려 아이들에게 먹일 과자를 구우면서 ...
문득 가난했던 어린 시절,
손재봉틀을 돌려 당신이 시집올 때 가져오셨던
한번도 입지 않은 고운 치마 저고리를 잘라 옷을 만들어 입히시고,
학교에 갔다 오면 먹을 것이 모자라 찬장을 뒤지는 어린 자식들을 위해
밥 위에 개떡을 쪄 주시곤 했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그런 저의 어머니처럼 …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먹이고, 손
에 쥐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머리와 가슴에서 떠나지를 않아요.

성탄 날인 25일 밤에는 수도원의 식당을 꾸미고,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저희와 함께 일하는 이들의 가족과
멀리 시골에 사는 수련자들의 가족을 모두 초대했습니다.
그러느라 몸은 비록 파김치가 되었어도 … 마음은 참 행복했어요.
그렇게 성탄을 맞이하고 나니 …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에 와 있네요.

저는 이곳에서 가끔씩 수련 수녀 때의 꿈을 꾸어요.
세상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아닌
하느님 아버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 성인의 꿈을 ...

그리고 고단한 삶을 사느라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별이 되어주고 싶어요.
새로 나신 구세주께 동방박사를 인도해주었던 그 별이 …

30년 봉헌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제사 구상 선생님의 말씀처럼 …
영혼의 눈이 두이레 강아지만큼 뜨이는가 봅니다.

형제님,
새해에는 가족 모두 몸과 마음 더욱 건강하시고 ...
나날이 주님 안에 은혜롭고 행복한 삶의 날들이기를 ...
함께 노력하며 나아갑시다.

볼리비아에서,
테오도라 수녀 드림

누구나 산호세 들꽃이 되어 나눔의 삶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산호세의 들꽃들과 함께 하시고자 하시는 분은 연락주세요. (윤종도 안셀모 408-515-2825 email: jdyoon [at] gctsemi [dot]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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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벽이 많이 깨끗해졌어요..

수녀님이 구석구석 청소하셨나봐요.. ^^;

정말 수고가 많으신 수녀님.. 힘내세요!!

수녀님 편지 받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일 한다고 하는 복음 묵상을
과연 제대로 하고나 있는 것인지...

복음 말씀은
"혼자 잘먹고 잘 살지 말고 함께 나누며 살고...
말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행동하라."
로 요약 되는 것 같은데...???

또 하루가 자물어 가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은혜로운 시간 되시길...

안셀모

차동엽 신부님의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빌리면..

마음을 다하여 정성스럽게 복음을 묵상하면,,

그것은 매우 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전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

두 가지가 뒤 따라야 되는 것 같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

이 두 가지가 복음 묵상을 뒤 따라야
입만 살아 있는 헛 똑똑이 신앙인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
물에 빠졌을 때
입이 아니라
손발과 가슴이 뜰 수 있는
그런 신앙인으로 이끄소서...

안셀모

모두~~~

믿는 이들의 삼위 일체는...
마음, 몸 그리고 행동인 것같습니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
몸도 마음도 있는데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리고 사랑이 없다면 울리지 않는 징과 같은 것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행동도....
모두 주님의 것.....
온전히 받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