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24일 사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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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사순 제3주일 - 요한 4,5-42<또는 4,5-15.19ㄴ-26.39ㄱ.40-42>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서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 대로 말하였다.”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너희는 알지도 못하는 분께 예배를 드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은 유다인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시겠지요.”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바로 그때에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서 여자와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아무도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또는 “저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 하고 묻지 않았다.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 그리하여 그들이 고을에서 나와 예수님께 모여 왔다. 그러는 동안 제자들은 예수님께 “스승님, 잡수십시오.” 하고 권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 하시자, 제자들은 서로 “누가 스승님께 잡수실 것을 갖다 드리기라도 하였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 하고 말하지 않느냐? 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 이미 수확하는 이가 삯을 받고, 영원한 생명에 들어갈 알곡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씨 뿌리는 이도 수확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게 되었다. 과연 ‘씨 뿌리는 이가 다르고 수확하는 이가 다르다.’는 말이 옳다. 나는 너희가 애쓰지 않은 것을 수확하라고 너희를 보냈다. 사실 수고는 다른 이들이 하였는데, 너희가 그 수고의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 여자가 “저분은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혔습니다.” 하고 증언하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머무르시기를 청하자, 그분께서는 거기에서 이틀을 머무르셨다.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게 되었다. 그들이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요한 4,5-42)

<우리 평생의 갈증을 채워주실 분>

연례피정 중에 이 묵상 글을 씁니다. 피정에 오기 전까지 피정에 대한 기대도 컸었고 계획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꼭 신구약성서를 한번 통독해야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솔길도 마음껏 걸어야지. 피정 때 식사도 잘 나오는데, 오랜 만에 영양보충도 좀 해야지. 광야체험의 날엔 나만 알고 있는 비밀 갯바위로 가서 씨알 굵은 우럭도 좀 건져 오랜만에 회 맛도 좀 봐야지.'

그런데 하느님 계획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모든 계획을 접게 하시고 특별 개인 피정을 시키시더군요. 고통 피정을 말입니다.

피정 시작한 날부터 난생 처음일 정도로 지독한 독감에 걸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뼈마디 하나, 하나가 다 쑤셔대면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가 하면 즉시 한기가 다가와 이빨마저 자동으로 딱딱거립니다. 즉시 이불을 안 덮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몇 분 지나지 않아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하지요. 그때부터는 입술이 바싹 마르면서 지독한 갈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고맙게도 한 형제가 날라다준 식판에 여러 가지 먹을거리가 있었지만, 시원한 물 한 그릇이 제일 먼저 제 눈에 띄었습니다. 제게 정말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한 그릇의 물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그 물 한 그릇은 제게 그야말로 생명의 물이자 구원의 물 한 그릇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땅을 지나가시다가 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납니다. 여인에게는 운명적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기구한 운명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마음 한가운데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지독한 사랑의 갈증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그 허전함과 갈증을 채우려고 여인은 끊임없이 이 남자 저 남자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남자를 다섯 명이나 바꿔보았지만 그래도 여인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동네 사람들은 그 여인의 문란한 사생활을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그 여인을 만날 때마다 얼굴을 피한다든지 멀찍이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저런 더러운 여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지금 남편이 도대체 몇 번째야?"

그래서 그 여인은 여간해서는 밖으로 나다니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물 없이는 살수가 없었기에 사람들이 물 뜨러오는 아침 ,저녁 서늘한 시간을 피해 뜨거운 한낮에 물을 길으러 온 것입니다.

그렇게 그 여인은 예수님과 운명적 만남을 가집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예수님께서 그 가련한 여인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여인의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죽음과도 같은 갈증을 채워주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자상하신 예수님과 '참 만남', '일생일대의 은혜로운 만남'을 통해 여인은 서서히 자신이 처한 비참한 실상을 파악해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채울 수 없는 갈망을 채워주실 분이 바로 자기 앞에 앉아 계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선생님이야말로 제 평생의 갈증을 채워주실 분이십니다"라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우리 삶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만났다는 점에서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분은 아무리 퍼내도 언제나 시원한 샘, 영원한 구원의 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그분은 우리 인생의 여러 길목에서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우리 자신의 실상을 파악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우리에게 건네주시려고 시원한 샘물이 가득 담긴 물동이를 손에 들고서 말입니다.

너무나 돌고 돌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예수님을 찾게 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도 불행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진면모를 한 순간이라도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우리는 훨씬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번 사순절,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한 번 예수님과 은혜로운 만남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예수님 그분과 '참 만남'으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이 우리 삶을 스치는 순간, 우리 인생은 점화된 촛불처럼 의미와 활기를 지니기 시작합니다. 예수님 자취가 우리 삶에 각인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한 번 영적 여정을 힘차게 걸어갈 수 있는 순간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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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영뤈한 생명의 샘이라고 하십니다.
영혼의 갈증을 풀어 주는 샘입니다.

갈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곧 영원한 생명을 원하는 사람입니다.
썩어 없어지지 않는 영원한 생명...

해법
예수님 따라 살기...!!!

오상선 신부님 묵상글 중 일부를 가져 와 봅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 각자에게
형제여, 자매여, <나에게 물 좀 주오!> 하시면서 다가오신다.
실상은 형제여, 자매여,
<나에게서 생명의 물을 퍼 가시오!>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은
여행에 지친 순례자의 모습으로,
인생 여정에 몹시도 지친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나에게 물 좀 주오!>
<나에게 밥 좀 주오!>
<나에게 힘이 되어 주오!>라고 청하신다.

우리는 이렇게 다가오시는 주님께
사마리아 여인이 했던 것처럼
목을 축이시게 해 드려야 한다.
.
.
.
그렇다!
우리의 목마름은
영적인 목마름이다.
그 목마름은
진리와 영으로 하느님께 다가감으로써 가능하다.
아니,
진리와 영으로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그 주님을 기꺼이 영접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이번 사순절, 주님과의 특별한 만남...
주님께서 허락하시길 청합니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