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27일 사순 제3주간 수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마태 5,17-¬19)
처음에 사람들은 "이 규칙만큼은, 이 조항만은 꼭 필요하다"며 법을 제정하지만 다들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입니다. 최초에는 서로의 편의를 위해, 서로의 유익을 위해 만들어진 내규가 언젠가 두통거리로 남게 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나 공동체, 집단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더욱이 특정한 목표를 지닌 공동체라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칙을 만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수도 공동체도 기존에 만들어졌던 생활지침서를 바탕으로 현 시대 상황을 반영해서 새로이 작성했습니다. 새로운 생활지침서를 작성해나가면서 저는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의미 있는 수도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보다 수도자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하면서 겨우 개정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와 닿는 느낌은 또 그게 아니었던가 봅니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세밀한 내용들,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들이어서 어린애 취급받는 느낌도 받았던가 봅니다.
제정자의 마음, 의도를 헤아려보면 모든 규칙들은 한 마디 한마디 모두 타당하고 옳은 말씀들이지만, 그 규칙을 실천해야할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언제나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것들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법이나 규칙을 대하는 자세도 천태만상입니다. "큰 일" 나는 것이 아니라면 은근슬쩍 적당 적당히 넘어가는 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규칙과 위반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번 정해진 규칙이라면 비록 그 법이 조금 미흡하다할지라도 목숨 걸고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이왕 지킬 계명이라면 "왜, 하필 이 따위 계명을 다 만들어 사람 괴롭히지?" 등등의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확실히 계명을 준수합니다. 계명을 확실히 준수하는 가운데, 그 계명 안에 깃들어있는 진정한 의미, 교훈을 깨닫습니다. 계명 안에 살아계시는 하느님과 형제의 얼굴을 찾아나갑니다.
이런 사람은 진정 규칙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틀 안에 들어가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입니다. 법 안에 들어가 법의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입니다.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한평생 규칙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차라리 규칙 안으로 들어가 확실히 규칙을 지킴으로서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규칙을 모두 합하면 단 한가지의 규칙이 남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의 규칙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계명을 모두 합하면 단 한 가지 계명이 남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의 계명입니다.
결국 구약의 모든 율법 조항들은 사랑의 계명을 기본 토대로 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율법을 준수하면서, 안식일 계명을 지키면서, 금육을 지키면서 단지 규칙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서 준수하게 되면 그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결국 사랑이 필요하며 사랑만이 모든 율법의 기본이기에 사랑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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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음 묵상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거룩한 독서 모임에서 구약과 신약을 넘나들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약을 할 때에는 회원 모두가 정말 활기 차게 묵상하고 나눔을 합니다.
그러나 창세기와 탈출기를 지나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에 접어든 구약을 읽을 때면
모두가 재미 없어 할 뿐만 아니라 나눔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지겹고 단조롭기만 한 긴 규정과 법제들을 읽어 나가면서
그래도 의미를 찾고 있는 부분은
그 당시 이스라엘 민족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겠구나 하는 점과
전체적으로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사랑을 나누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두 가지로 정리하여 이해해 봅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삶'
'이웃을 위해 "내가 바라는 대로" 해 주려고 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삶'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하루
하느님이 주신 시간과 만남 안에서
내가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려는 생각으로 살아보아야겠다. 아멘.
안셀모
가장 작은 이로...
큰 일도 작은 일이 모여서 되는 것.
작은 일에 충실한 자 되어야겠습니다.
오늘이 가장 작은 이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