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프란치스코 성인 일대기

라베르나산에서 오상을 받다

1224년 여름, 프란치스코는 성 미카엘 축일을 준비하기 위해 라베르나산으로 올라가 40일간 단식과 기도와 고행으로 은거생활을 시작했다.

레오 형제와 함께 조그만 바위동굴에서 기도와 고행으로 지내던 어느날 저녁 프란치스코는 하늘나라의 기쁨이 어떠할 것인가 하고 깊은 묵상에 잠겨 있는데, 바이올린을 든 아름다운 천사 하나가 발현하여 활을 당겨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감미롭고 아름다운 음악은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았던지 그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점점 인간세계에서 멀어져 하느님께로 가까이 감을 느꼈다.

성모승천 대축일 저녁, 그는 자기 움막에서 40일 기도에 들어가기 전에 형제들에게 40일 동안은 절대 자신의 처소에 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의 고백사제이자 비서였던 레오 형제만은 그에게 성무일도를 읽어주고 약간의 빵과 물을 가져올 수 있도록 출입을 허락했다.

십자가 현양축일인 9월 14일 동틀 무렵, 프란치스코는 움막에서 멀리 떨어진 산에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여섯 날개를 가진 세라핌 모습을 한 신비로운 한분이 강렬한 빛을 발하며 하늘로부터 자신에게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분은 두 손을 뻗고, 두 발은 모아 십자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날개 둘은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고, 두 날개는 날려는 듯이 펼쳐져 있었으며, 나머지 두 날개는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 같았다. 그의 영혼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그 환시가 사라진 후 프란치스코의 두 손과 두발, 옆구리에는 주님의 다섯 수난상처가 그대로 뚜렷이 새겨졌다. 창끝에 찔린 것처럼 생긴 옆구리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스며 나와 속옷과 수도복을 적셨다.

바로 그때 산 주변 마을의 주민들은 라베르나산이 불붙는 듯한 광경을 보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2년간 그는 몸에 주님의 오상을 지니게 되었다.

시월 말, 피가 흐르는 오상을 수도복으로 감춘 채, 그는 고통 중에도 뽀르찌웅쿨라로 돌아와 당나귀를 타고 움브리아 지방의 여러 마을과 촌락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